민주당의 ‘금태섭 징계’ 어이없다

    아침햇살 / 고하승 / 2020-06-02 11: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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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소신파로 불렸던 금태섭 전 의원이 당론을 어기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투표 때 기권했다는 이유로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황당하기 그지없다.


    실제로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25일 회의를 열고 금 전 의원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2월 민주당 일부 권리당원이 당에 신청한 금 전 의원 제명 청원에 대한 결정이다.


    앞서 권리당원들은 금 전 의원이 작년 12월 공수처 법안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진 것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금태섭은 있을 수 없는 해당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당론에 따르는 것이 국회의원의 의무인데 이를 무참히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당 윤리심판원은 "공수처 법안 찬성은 우리 당의 당론이었다"며 "금 전 의원이 소신을 이유로 표결 당시 기권한 건 사실이기 때문에 당규 '제7호 14조'에 따라 '당론 위배 행위'로 보고 징계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금 전 의원의 기권표가 공수처 법안 통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 적극적 반대 의사가 아니라 소극적 반대 의사인 '기권'을 하였다는 점 등이 징계를 정함에 있어 참작돼야 할 것"이라며 '경고'로 수위를 조정했다.


    물론 ‘경고’ 조치는 강력한 징계는 아니다. 하지만 징계수위의 높고 낮음과 관계없이 금 전 의원의 소신투표가 과연 징계를 받을 사안이냐 하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의 표결 행위를 징계하는 것은 국회법 정신에 위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법 제 114조에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아니 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자유투표 조항이 있다. 


    당헌에 의하면 당론을 따르게 돼 있지만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이 자기 소신대로 투표한 것을 가지고 징계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국회의원 임기를 불과 5일 남겨둔 시점에 징계를 강행한 이유가 무엇일까?
    21대 국회 당선자들을 향한 경고이자 일종의 ‘길들이기’다.


    즉 177명의 자당 소속 의원들에게 ‘당론을 따르지 않으면 금태섭처럼 될 수도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징계라는 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민주당 내에서 금태섭 전 의원처럼 소신발언을 하는 의원들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정당을 어찌 민주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177명의 국회의원들이 모두 소신을 내팽개치고 앵무새처럼 일제히 당론을 읊조리는 정당에서 어떻게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겠는가.


    이런 징계는 민주정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대단히 잘못된 결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사실 이런 상태라면 향후 당내에서 그 누구도 회계부정 의혹을 받고 있는 윤미향 의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윤 의원의 사퇴에 찬성하고 있는 마당에 민주당 의원들 모두가 침묵하거나 그를 적극 감싸고 돌면 국민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 결코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군인들처럼 당론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라면 그건 바람직한 의원 상이 아니다. 민주정당일수록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하고, 그래야 조율과정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번 금태섭 징계를 통해 ‘당론은 거스를 수 없는 지상명령’이라는 메시지를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이러다 민주당이 자칫 파쇼(fascio)로 낙인찍힐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당 지도부는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어이없는 징계를 철회하고, 잘못된 결정을 내린 윤리위를 즉각 해산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게 민주정당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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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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