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하던 안철수, 정체성은 결국 ‘보수’

아침햇살 / 고하승 / 2020-04-09 11: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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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도무지 정체성을 가늠할 수 없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9일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말았다.


안 대표는 이날 '포퓰리즘 반대 및 긴급재난구조 기조에 대한 특별성명'을 내고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전 국민에게 50만원씩 지급하자”고 제안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향해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그 과정에서 안 대표의 정체성이 ‘보수’라는 사실이 여과 없이 드러난 것이다.


우선 그는 “국민의당은 야권 표를 분산시키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지역구 공천 포기라는 큰 결단까지 내렸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국민의당이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굳이 감추려 들지 않은 것이다. 사실상 미래통합당과 ‘야권연대’를 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옛 바른미래당 내 김중로 이동섭 의원 등 안철수 계 의원들이 지역구에 출마하기 위해 무더기로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에 입당할 때 그들의 행위를 묵인한 바 있다. 


아마도 그렇게 해서 미래통합당 지지자들로부터 비례정당을 찍을 때에는 국민의당을 찍어 달라는 읍소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이 비례용 전담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고, 그 결과 통합당 지지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게 되자 돌변해 황교안 대표를 공격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공격의 소재가 하필이면 ‘보수 철학’이었다.


안 대표는 "현 정권의 포퓰리즘을 앞장서서 막아야 할 제1야당 대표가 먼저 나서서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씩 주자고 주장하니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어떻게 국정운영을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느냐”고 쏘아붙였다.


이어 "기득권 양당이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맞장구를 친 것은 한마디로 '매표 포퓰리즘'"이라면서 "그렇지 않아도 포퓰리즘으로 매표를 못해 안달하는 집권여당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지적했다. 


특히 안 대표는 "어려울수록 원칙과 기본이 중요하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보편적 지원이 아니라 선별적 지원이 원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 진영의 ‘보편적 복지’가 아닌 보수 진영의 ‘선별적 복지’가 원칙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아리송하던 안철수 대표의 정체성의 본질은 ‘보수’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안철수 대표의 이런 견해는 원조 보수인 통합당 유승민 의원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실제로 유승민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을 비난해왔던 우리 당의 대표가 4월 5일 '전 국민에게 50만원씩 주자'고 나왔다"며 "악성 포퓰리즘의 공범이 될 수 없다"고 황교안 대표를 맹비난했다.


유 의원은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민주당은 이때다 하고 자기들도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나섰다"며 "모두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돈으로 국민의 표를 매수하는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정책을 가장 앞장서서 막아야 할 정당은 건전보수 정당"이라며 "그런데 건전보수 정당을 자임하는 미래통합당이 악성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하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유승민 의원이 이처럼 황교안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 대해 통합당 안팎에선 총선이후 주도권 다툼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어쩌면 안철수 대표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안철수 대표를 향해 “진보 개혁에 위장 취업했다”고 비판했던 민생당 박지원 의원 역시 “안철수 대표는 보수로 가서 대통령 후보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황교안과 척을 질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정말 그런 것이라면 이제 안철수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면서 “중도”로 위장하지 말고, 당당하게 “나는 보수”라고 밝혀라. 그게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중도라면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민생당 손학규 선대위원장처럼 “사태의 긴급성을 감안해 일단 전 국민에게 50만원씩 지급하고(보편적 복지), 나중에 불필요하게 지급된 사람에 대해선 세금으로 환수(선별적 복지)하자”는 탄력적인 운영을 말해야 한다.


결국 중도정당은 이제 민생당 하나만 남은 셈이다. 민생당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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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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