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개그콘서트’ 하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1-13 12: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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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의 언행을 보면 마치 개그맨을 보는 것 같아 웃음보가 터질 지경이다.


    정 위원장은 13일 오전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를 대상으로 강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자기가 중도 지지층을 독점하는 양 이야기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중도) 대이동의 첫 번째 귀착지는 국민의힘"이라며 "(안 대표가)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나오겠다는 이야기 다 좋다.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는 이야기는 안 한다. 계속 간만 본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은 맞다. 그런데 안철수 대표가 계속 간만 보게 만든 건 바로 정 위원장 자신이다.


    애초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는 작년 11월 12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2단계 경선룰’을 사실상 확정했다. 1차 예비경선은 일반 시민 여론조사를 100% 반영하고 2차 본경선은 당원투표 20%, 시민 여론조사 80%를 반영해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다.


    본경선 후보 4명 중 1명을 반드시 정치 신인으로 하는 ‘신인 트랙’도 가동하도록 했다. 공직선거 출마 경험이 없는 2명 이상의 신인이 출마하고, 이들이 모두 4위 밖으로 밀려나면 최상위 1명을 결선에 자동 진출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 얼굴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그런데 정 위원장이 느닷없이 공관위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경선준비위가 확정한 경선 룰을 바꿔버렸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본경선마저 100% 시민여론조사로만 하기로 한 것이다.


    누가 봐도 출마 선언 이후 일관되게 국민의힘 입당 거부 의사를 밝혀온 안철수 대표를 의식 한 것이다. 이 순간부터 국민의힘에서 이미 출사표를 던진 다른 주자들은 ‘난쟁이 주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제1야당의 공관위원장은 당내 주자들 가운데 ‘어떻게 하면 좋은 후보를 고를 수 있을까?’하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 다른 정당의 서울시장 출마자를 의식하고, 그에게 무게를 실어주는 행보를 취하고 있으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개밥에 도토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대표가 간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만일 국민의힘이 경선룰 변경 없이, 기존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빠르게 ‘미스터트롯’과 같은 방식으로 경선을 진행했더라면, ‘저평가 우량주’들 가운데 ‘임영웅’과 같은 숨은 진주를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선출된 후보라면, 굳이 야권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경쟁력이 있기에 안철수 대표가 스스로 물러날 수도 있다. 설상 ‘3자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더라도 승리할 수 있다. 그런 기회를 모두 날려버린 건 ‘안철수 눈치 보기’로 일관한 정진석 위원장이다. 따라서 그는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


    더욱 황당한 것은 자신의 발언마저 사실이 아니라며, ‘발뺌’하는 어처구니없는 태도다.


    그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를 위해 주장했던 ‘당 대 당 통합론’을 부인하며, 안 대표의 입당을 요구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합 없이 단일화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두 당의 통합이 후보 단일화에 우선해야 한다. 선통합, 후단일화가 해답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그는 이날 초청 강연에서 “통합이라는 이야기는 했지만, 당 대 당이나 전당대회 이런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고 교묘한 말장난으로 발뺌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최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콩가루 집안이냐”며 정 위원장의 발언을 크게 비판한 것을 의식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정 위원장의 잘못된 선택으로 안철수의 몸값만 올려주었고, 이를 빌미로 오세훈-나경원 등 ‘박원순 시대’의 조연들까지 모두 출마하는 ‘과거 회귀’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가면 야권단일화는 어렵게 될 것이고 야권이 패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이 책임지고 물러서지 않으면, 김종인 위원장이라도 그 책임을 묻고 공관위원장을 즉시 교체해야 한다. 그런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아무 조직도 없이 아무 일도 하지 않지만, 지지율은 높은’ 기이한 안철수 현상은 선거 막판까지 유지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야권이 선거에서 패할 수도 있는 탓이다. 정 위원장은 모를지 몰라도 '안잘알(안 대표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전부 다 아는 사실이다. ‘미스터트롯’을 하라고 했더니 ‘개그콘서트’를 하는 정진석 위원장의 행보가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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