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앞에 납작 엎드린 이재명…왜?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2-23 14:18:13
    • 카카오톡 보내기

     
    주필 고하승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거의 병적이다. 야당 인사들의 비판은 물론 같은 당 인사들의 비판에도 참지 못하고 곧바로 이빨을 드러내기 일쑤다.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기본소득제는 알래스카 빼고는 하는 곳이 없다라고 평가절하했으며,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구상에서 기본소득을 성공리에 운영한 나라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마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기본소득제 목소리를 내는 분들의 주장은 번지수가 다르다라며 비판대열에 합류했다.


    이에 발끈한 이재명 지사는 이들을 향해 사대주의, 열패, '폄훼' 등의 단어를 써가며 날을 세웠다.


    그런데 어럽쇼?


    기본소득제를 비판한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는 오히려 감사의 뜻을 표하는가 하면 "우리는 원팀"이라고 강조하고 나서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김 지사 앞에 납작 엎드린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김경수 지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본소득이 대한민국의 시급한 과제로 선택받지는 않을 거라 확신한다"라면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승전 기본소득만 계속 주장하면 정책 논의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발끈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페이스북에 '맞습니다. 기승전 기본소득이 아니라 기승전 경제입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리며 맞장구를 쳤다.


    심지어 그는 김 지사의 주요 공약을 높이 평가하면서 극찬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지사는 "경남지사로서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있는 균형발전과 지역의 내적 발전동력 창출을 위한 '기승전 경제'의 노력에 큰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라면서 저의 구상과 김 지사님의 고견을 함께 나눠보고 싶다라고 적었다.


    이 같은 이 지사의 모습은 최근 자신을 향해 제기된 탈당설과 당내에서 불거진 경선 연기론 등 '이재명 대세론 견제'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201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충돌한 바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한 친문과의 앙금은 좀처럼 풀어지지 않고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다.


    당 일각에서는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이 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심지어 이 지사를 탈당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친문 진영의 이런 냉담한 분위기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 지사에게 비굴할 정도로 납작 엎드려 '원팀'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친문 핵심인 김 지사와 우호적 관계를 정립해 친문 표심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다.


    최소한 자신을 향한 친문진영의 불신을 불식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 선례가 있다.


    97년 대선 당시, 대구에서 김영삼의 밀랍인형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이회창과 김영삼의 갈등이 정점에 달했다. 그로 인해 이회창은 높은 인기를 얻었으며 이인제를 누르고 경선에서 승리해 신한국당 대선후보가 되지만, YS 지지 표심의 이탈로 대선에서 패배했다.


    심지어 YS는 내심 이회창보다는 차라리 DJ 당선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란 소문도 무성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에는 이명박 박근혜의 갈등이 심각했다. 그 갈등은 2012년 대선 때까지 이어져 이명박이 박근혜보다는 차라리 야당이 대통령 되는 게 낫다는 판단 아래 안철수를 지원했다는 미확인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당시 안철수가 토론회에서 문재인을 향해 내가 MB 아바타냐고 따져 물었겠는가.


    만일 그때 문재인이 아니라 안철수가 야당 대선후보였다면, 박근혜는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원래 그런 게 정치다.


    따라서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기도 어렵지만, 설사 승리한다고 해도 친문 표심이 고스란히 이 지사를 향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어쩌면 이 지사는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친문 표심도 얻지 못하면서, 지금까지 친문 세력과 싸우면서 쌓아왔던 비문 표심까지 모두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gohs@siminilbo.co.kr
    다른기사보기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