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대통령, 이대로 좋은가

아침햇살 / 고하승 / 2019-09-09 14: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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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은 더 이상 레임덕(lame duck·권력누수현상)이 왔다는 사실을 못 본 척 하지 말라."


손학규 대표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및 확대간부회의에서 "조국 사태는 정서법을 건드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는 사태로 번졌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손 대표는 "대통령과 정부의 권위가 확고할 때 어떻게 검찰이 장관 후보자 부인을 청문회가 진행되는 시간에 기소할 수 있겠냐"며 "여당 의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여당 정치에서 흔치 않은 일로 정부의 권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검찰이 조국 장관 인사청문회 당일 그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한 것은 의외다. 그리고 대통령이 지명한 조국 장관에 대해 박용진, 금태섭, 김부겸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문제 제기한 것 역시 흔치 않는 일이다. 


이런 일은 통상 대통령 임기 말에나 나타나는 ‘레임덕’ 현상으로 아직도 문 대통령 임기는 절반 이상이나 남아 있다. 따라서 벌써부터 ‘레임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그만큼 ‘조국 리스크(risk)‘가 크다는 뜻일 게다. 


실제로 국민 여론은 조국 장관 임명에 상당히 부정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임명 찬성 의견보다 반대 의견이 높게 나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결국 이날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하고 말았다.


검찰 수사 여부와 상관없이, 국민과 야당이 반대하고 여당 내부에서조차 반대하더라도 제왕적 권한을 지닌 대통령이 그를 임명하겠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른바 ‘승자독식’ 현행 체제에선 제왕적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을 견제할 수단이 없는 탓이다.


물론 이로 인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격하게 낮아질 것이고, 결국 ‘레임덕’ 현상도 가속화 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은 개혁을 추진할 동력을 잃게 된다. 한마디로 독배(毒杯)를 든 셈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불행한 일이겠지만 개혁을 기대하는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게 제왕적대통령제의 가장 큰 문제다.


임기 초에는 견제 받지 않는 ‘제왕적’ 권력으로 독단적인 국정운영을 하다가도 임기 말에는 ‘레임덕’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식물 대통령’이 된다.


문재인 정권만 그런 게 아니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이제는 이런 잘못된 국가운영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87년 낡은 체제는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조국 장관 주변을 압수수색하고, 그의 배우자를 기소한 검찰을 향해 “정치 검찰”이라며 한 목소리로 검찰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윤석열 검찰총장을 ‘적폐’로 몰고 가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불과 50일 전인 지난 7월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권력의 강력한 원칙주의자로 국민의 신망을 받아왔다. 민주당은 국민을 섬기는 검찰 정의를 바로 세우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논평을 낸 바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치 검찰’ 운운하며 검찰개혁의 신발 끈을 매겠다는 건 그 의도를 의심하게 만들 뿐이다.


사실 지금 시급한 건 ‘검찰 개혁’이 아니라 ‘정치 개혁’이고, ‘선거제 개혁’이다. 정치 시스템이 혁신되면 검찰개혁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촛불시위 민심 역시“이게 나라나”라며 국가 시스템을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선 직후인 2년 전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다면 분권형 개헌에 찬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게 진심이라면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이제 문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인 6공화국 시대의 막을 내리고 손학규 대표가 주창한 ‘제 7공화국’ 시대를 여는 일에 함께 할 필요가 있다.


역대 모든 정권은 임기 초반에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개혁을 추진하지 않고, 독단적인 국정운영을 해 왔다, 그러다 임기 말에 가서야 국가시스템 변혁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이미 레임덕에 빠져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만큼은 이런 과오를 되풀이하는 불행한 ‘레임덕’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거듭 말하지만 권력누수 현상으로 ‘식물 대통령’이 되기 이전인 바로 지금이 국가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적기다. 어쩌면 문재인 정권에 주어진 국가 변혁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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