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체제’ 지지 25.4%의 의미

아침햇살 / 전용혁 기자 / 2019-08-13 14: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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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바른미래당 내 ‘검은 세력’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젊은 혁신위원 일부가 ‘손학규 퇴진’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최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오히려 손 대표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켜주는 결과가 나타났고, 결국 해프닝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실제로 일부 혁신위원들이 1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손학규 대표 체제에 대한 지지 응답은 무려 25.4%에 달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른미래당 정당 지지율이 5% 안팎을 오르내리는 수준인 것에 비하면 무려 5배가량 높은 수치인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지금 내홍이 매우 심각한 상태다. 자유한국당 복당을 갈망하는 옛 새누리당 출신 의원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탓이다. 실제로 유승민 의원 등 새누리 출신들은 손학규 대표 퇴진을 위해 젊은 혁신위원들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폭로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유 의원의 핵심 측근인 이혜훈 의원은 조용술 전 혁신위원에게 자신들의 몸값을 올려 한국당과 통합해야하니까 손 대표를 몰아내는 일에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충격적인 폭로까지 나온 마당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손학규 대표가 정리되고(물러나고), 유승민 의원이 당을 이끄는(당 대표가 되는) 시점에 유 의원과 통합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심지어 나 원내대표는 서울의 특정 지역구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유승민 의원을 전략공천 하는 방안까지 언급했다.


아마도 한국당 지도부와 바른미래당 내 옛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는 ‘보수통합’에 대해 충분한 사전교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손학규 대표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실제로 손 대표는 유승민 의원 등 새누리당 출신들을 겨냥 “자유한국당에 당 갖다 바치는 것 몸 바쳐 막겠다. 당을 한국당에 갖다 바치려는 분들은 포기하라”며 “가려면 (당을 들고 갈 생각 말고) 혼자서 가라”고 강력한 당 사수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25.4%가 그런 손 대표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손 대표가 당을 굳건히 지켜내고, 결코 한국당에 흡수 통합되는 일이 없을 것이란 점이 확인되는 순간 정당 지지율이 그만큼 ‘껑충’ 뛰어 오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새 지도부로 교체하자’는 응답은 45.6%로 손 대표 지지응답보다 높게 나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구체성이 없는 이런 식의 여론조사는 별 의미가 없다.


가령 ‘유승민 대표로 교체하자’거나, 혹은 ‘안철수 대표로 교체하자’, ‘외부인사를 영입해 교체하자’는 식으로 질문에 구체성을 띄었을 경우, ‘교체응답’ 비율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절반 이하로 대폭 낮아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교체 응답’ 비율에는 유승민 대표체제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 안철수 대표체제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 외부인사 영입을 기대하는 사람들 등등이 자신의 소망대로 이루어질 것을 상상하며 ‘교체’ 찬성 의사를 밝힌 것에 불과하다.


만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나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에 대해 같은 질문을 던졌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불 보듯 빤하다. 이 대표나 황 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손학규 대표보다 결코 높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실시한 ‘교체지수’ 여론조사는 손학규 퇴진을 목적으로 했지만, 되레 손학규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과거 각 정당은 매년 총선 때마다 이른바 ‘교체지수’라는 걸 공천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내년 총선 역시 현역 의원에 대해선 ‘교체지수’가 공천에 반영될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현역의원이 재출마할 경우, ‘지지 한다’는 응답이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비율보다 낮다고 해서 교체되는 게 아니다. 현역 의원 교체지수와 함께 정당 지지도를 조사해 정당 지지도보다 현역 재지지도가 현격하게 낮을 경우에만 교체한다. 여론조사의 ‘교체지수’란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정당 지지율보다 손학규 체제 지지율이 현격하게 낮다면 그걸 빌미로 퇴진을 주장해도 손 대표는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만일 일부 혁신위원들이 여론조사에 진정한 의미를 부여할 생각이었다면, 정당 지지율을 동시에 실시해야 맞다. 여론조사에서 그건 상식이다. 그런데 정당 지지율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그들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것을 우려한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다. 각 여론조사 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바른미래당 정당 지지율은 대략 5%안팎이다. 그에 비하면 손학규 체제에 대한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이를 가지고 손학규 퇴진을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대표를 교체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손학규 체제를 유지하라”는 국민의 절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손학규 체제가 공고해질 경우, 바른미래당 정당 지지율은 단숨에 25%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일부 혁신위원들이 공개한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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