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천의 미국통신 14] 법아래 미국정치, 법위에 한국정치

칼럼 / 시민일보 / 2019-12-01 15:11:04
  • 카카오톡 보내기

곽일천 서울디지텍고 이사장

 곽일천 서울디지텍고 이사장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하원 탄핵조사가 마무리 되어가며 어떤 조항으로 탄핵을 추진 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 검토가 언론을 통하여 공개되고 있다. 이에 준해 하원이 탄핵 기소문을 작성하고 표결로 정식 탄핵주문을 상원에 하게 될 것이다. Abuse of Power, bribery, contempt of congress, obstruction of justice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 탄핵을 오직 의회가 한다. 하원에서 기소하고 상원에서 탄핵여부를 결정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치인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탄핵이 추진되고 결정된다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몇 가지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즉 아무리 정치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미국정치의 기저에는 법치주의가 뿌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정치하면 법과는 별도인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으나 미국에서는 법조인 경력자들이거나 로스쿨 출신들의 의원들이 많기도 하나 누구나 정치공방을 하더라도 법적근거와 룰에 의해 공격하고 방어하는 것이 생활화 되어있다. 특히 대통령탄핵이라는 중요한 결정에 있어서는 단순한 의석수 대결로가 아니고 법적 타당성과 여론의 향배가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에 해당하는 것이 상원이나 이 탄핵판결과정에는 대법원장이 주재한다. 즉 절차 등이 법적 문제가 없는지 등의 재판관은 대법원장이 주재하나 판결은 상원의원들이 배심원제로 한다.

대통령의 탄핵은 정치적 사망선고이다. 그러기에 탄핵을 하기 위 하여는 탄핵에 걸 맞는 분명한 법적 위반 (Impeachable offense)이 절대적이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 탄핵조사의 증인들과 증거들을 볼 때 명백한 법 위반을 주장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하원이 탄핵가결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결국 소속정당의 내부방침을 대부분의 의원들이 따를 것이다. 일부 의원들의 경우는 지역구 사정에 따라 소속정당의 방침에 반대되는 입장으로 투표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수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상원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 중진들의 의사와는 달리 탄핵 표결을 통해 누가 자신을 법적 원칙에 어긋나는 정당 정치적 표결을 하는지를 공개하고 대선과 함께 거행되는 의회선거에서 자신이 인기가 있는 지역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의 공격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주목하고 있는 4가지 탄핵 조항모두 결정적인 증거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이 정황적 증거여서 이를 가지고 중대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고 표를 던지는 것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도 내면적으로는 부담스러워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권력남용의 경우 의심은 가나 공개한 전화통화 내역 어디에도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것은 없다. 설사 통화 이전의 여러 다른 조처들과 조각조각의 증언 등을 보면 부정부패를 조사하라는 요구의 속에는 바이든의 아들 문제를 노출시켜 선거전에서 이익을 보려는 속셈이 그려진다. 그러나 이는 결정적 증거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더 나아가 여론 속에는 대통령이 그 정도의 권한을 개인적인 것에 활용한 들 그리 중대한 위반사항은 아니라는 것도 있다.

두 번 째로는 매수 죄가 있다. 미국의 예산으로 외국 인사들을 매수하여 개인적 이득을 취하려고 하였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또한 결정적 증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보면 트럼프가 요구한 바이든 아들의 회사에 대한 검찰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국의 원조는 늦었지만 전달되었다. 이게 바로 매수 죄가 성립되지 않는 이유라고 하겠다.
세 번째 의회모독의 죄에 대해서도 트럼프가 일부 증언소환에 응하지 말도록 명령을 내리거나 비협조 한 것을 말하는 것인데 이 또한 개별 소송 등으로 의회소환에 불응하는 행위가 정당 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법적결론이 난 이후에나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사법방해의 경우도 아직 뚜렷이 입증된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아마 줄리아니가 의회 출석을 거부하고 트럼프에 대해 증언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 같으나 이는 변호사는 의뢰인과의 내용을 발설하지 않을 권한이 있음을 주장하고 있어 사법방해죄가 되기 어렵다.

이처럼 트럼프 탄핵은 주류언론의 높은 관심과 희망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를 일이다. 이 과정에서 필자가 발견하는 점은 미국의 정치에서나 일반 생활에서 법치주의에 대한 뿌리 깊은 존중이 눈에 띤다. 한국과 비교하면 현격히 차이가 나는 점이다. 한국의 속담에는 남대문을 본 사람과 보지 않은 사람이 싸우면 안 본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이를 재해석하면 법보다 주먹, 법보다 떼쓰기가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오죽하면 우리나라에는 떼 법, 정서법이란 법학교과서에 없는 법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부정 할 한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이러한 법치주의의 실종을 다시금 경험하게 된 사건이 최근에 있었다. 바로 남한에 귀순한 어부를 비밀리에 강제로 북에 돌려보낸 사건이다. 귀순하는 북한주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 자동으로 된다. 본인의 희망이 없는 한 그가 어떤 범죄를 범했는지 상관없이 한국 국민이 되고 범죄에 대하여는 사실관계를 밝힐 의무가 있으며 이를 밝힌 뒤에 적정한 조처를 취하면 된다. 당연히 이 과정에 대하여는 가능한 한 투명한 절차와 정보공개가 주어질 권리가 있다. 국민들에게 모든 과정을 숨기고 북송을 추진하였고 북송날짜가 김정은의 부산 아세안 회의 참석요청을 한 날과 겹치는 것은 정치적 거래를 위해 대한민국의 국민의 생명을 상납한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Quid Pro Quo이고 중대한 범법행위이다.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탄핵역시 헌법상 대통령 탄핵의 유일한 사유인 헌법 84조( 내란과 외환의 범죄 이외에는 재임 기간 중 기소되지 않는다)의 명백한 위반인 것이다. 이처럼 한국은 법치주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법치주의가 지켜지지 않는 나라의 국민은 불쌍하다. 법 위반을 허용하면 결국 힘 있는 사람이 이득이고 이 힘은 언젠가 없어질지 모른다. 따라서 법에 의하지 않고 힘에 의존하는 사회는 불투명하고 동물적인 사회로 전락하고 만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위기는 법치주의의 몰락과 연계되어 있다. 법의 지배를 받지 않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 자유를 보장해 줄장치가 법치주의다. 미국이 부러운 것은 물질적 부자라서가 아니라 법의 지배에 의한 개인의 권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