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재의 여세추이(與世推移)] 게임 중독 논란과 만화책 화형식

    인터넷 이슈 / 온라인 이슈팀 / 2019-05-26 19: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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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은 청소년들을 좀먹는 ‘사회악’인가?

    지난 5월 21일 MBC '100분 토론‘에서는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를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인물은 중독 질병 분류에 반대하는 크리에이터 대도서관과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이었다.

    이날 토론에서 대도서관은 하위문화로만 인식하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청소년들이 게임에 심취하는 사회적인 환경 문제를 꼬집었다.

    방송 이후 대도서관의 SNS는 성난 학부모들의 비난 댓글이 이어지며, 누리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비난 댓글의 대다수는 “본인도 게임에 빠진 아이를 키워봐라”였다.

    사실 게임 중독 논란이 대두되기 이전의 ‘사회악’은 ‘만화책’이었다. 과거 70년대 ‘악서를 배척하여 사회 풍기를 순화하자‘는 목소리로 시작된 ’만화책 화형식‘은 지난 1997년 이른바 '일진회 사건'으로 불리는 청소년 범죄 이후 일본 만화책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수백만 권을 폐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만화책’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성적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지목하기 손쉬운 희생양이었다. 이후 제한과 규제라는 명목 하에 만화방의 폐쇄가 이어졌고, 1997년 ‘유해 매체로부터의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운 청소년보호법은 만화 산업을 장기간 침체시켰다. 이는 포털 사이트를 필두로 한 ‘웹툰’이 등장해 새로운 만화 시장을 구축하기 이전까지 지속됐다.

    이제 ‘게임’이 새로운 ‘사회악’으로 규정되면서 게임 산업은 기로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게임’이 단순히 청소년들의 학습 능력을 저해시키는 ‘사회악’일까?

    시대가 바뀌면서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고, 이는 기존의 놀이 문화를 변화시켰다. 게임은 유희 거리를 넘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콘텐츠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한류’의 선봉으로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류’의 가장 큰 비중은 게임 산업이 차지하고 있으며, 영화와 K-POP은 다음을 잇고 있다.

    기술이 발전되고 뉴미디어가 보편화되면서 누구나 간편하게 전자기기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후, 가장 큰 성장 폭을 보인 것은 게임 산업이었다. 국내 게임 산업은 약 13조원으로 추산 될 정도로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정부의 제한과 규제가 이어지면서 성장률이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빈틈을 중국 게임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며 메우고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05년 게임을 '전자 헤로인'으로 규정하고, 게임과 마약을 동일선상에 놓고 규제를 가한 바 있다. 하지만 게임 시장이 고부가가치를 가진 시장으로 성장하고 정부가 가했던 규제의 실효성이 무의미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와 기업, 가정이 함께 자율적인 규제를 하는 것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이후 자국 게임 산업을 장려하는 정책과 함께 온라인 게임 미성년자의 보호자 감호 프로젝트(자율적 셧다운제)를 도입하며, 최소한의 규제만 적용하며 게임 산업 증진 정책을 지속해서 펼친 결과 중국 게임 시장은 2018년 기준 실질 영업 수입 2144억 4000만 위안(약 37조 원)을 거두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과거 ‘만화책’을 ‘사회악’으로 규정하면서, 황금알을 낳을 수 있었던 거위 ‘만화 산업’의 배를 갈랐다. 그 결과 한국 만화 시장은 수십 년 간의 정체를 겪으며, 미국과 일본이 ‘만화 산업’의 종주국으로 올라섰다.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은 자산의 수익을 낮추는 근시안적인 행위다. ‘게임’ 또한 ‘사회악’이라는 편견과 일부 부정적인 사례를 들어 규제한다면, ‘게임 시장’은 회생 불가능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는 기업과 정부의 규제를 받는 기업이 경쟁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100분 토론’ 속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은 우리나라 5,000년 역사에서 중국을 지배한 처음이자 마지막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가 차세대 국가 성장 동력으로서 ‘게임’을 어떻게 인식해야 할지 다시금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

    * 사진 출처 : 유튜브(YoyTube) 영상 캡쳐

    [ 사회문화평론가 지승재 : 뉴스위즈 컨텐츠 디렉터 / 아시아브랜드연구소 부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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