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21년 하반기 지원 과제 22개 선정
기초과학·소재·ICT 분야 22개 연구 과제 선정, 총 340억 7000만원 지원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1-10-12 09:25:21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는 지난 11일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에서 지원할 2021년 하반기 연구 과제 22개를 발표했다.
기초과학 분야 10개 172억7000만원, 소재 분야 6개 92억원, ICT 분야 6개 76억원 등 총 연구비 340억7000만원이 지원된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대한민국의 기초과학 발전과 세계적인 과학기술인 육성 등을 목표로,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1조 5000억원을 지원해 시행하고 있는 공익 목적의 과학기술 연구지원 사업이다.
▲혁신적인 미래기술 창출과 주도를 위한 기초과학 분야 ▲제조업의 근간이며 미래기술 패러다임을 주도할 소재 분야 ▲산업 고도화와 신시장 창출을 위한 ICT 분야 등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과제를 지원하고 있다.
우선, 기초과학에서는 수리, 물리, 화학, 생명 분야에서 학술적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거나 질병 치료의 근원적 접근 등 파급 효과가 예상되는 과제를 포함해 총 10개가 선정됐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김태경 교수는 '유전체 활동전위에 기반한 기억흔적의 추적 및 재구성' 과제를 통해 친숙하지만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기억'에 대한 연구에 도전한다.
사람의 뇌는 매일 접하는 다양한 감각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저장하여 인지행동에 반영하도록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신경과학 분야의 최종 목표 중 하나다. 이는 또한 자폐증, 정신분열증 등 비정상적인 인지행동을 야기하는 다양한 뇌 질환의 치료기술 개발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감각정보는 그 종류에 따라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특정 신경세포군의 활성화를 통해 저장되고 소환된다고 보고 있다. 현재 활용되는 '칼슘 이미징','조기 발현 유전자 기반 리포터' 등의 신경활동 탐지기술은 비선별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자극에 대한 정보가 어떻게 그 특징에 따라 처리되고 어떤 종류의 신경세포에 기록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선별적 정보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
김태경 교수는 유전체적 분석을 통해 기억 정보의 시공간적 배치에 따라 다른 패턴으로 발현되는 조기 발현 유전자들을 발굴하고, 이들을 통제하는 인핸서(Enhancer)라는 유전체상의 조절부위를 조합해 새로운 유전체 기반 신경활동 탐지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뇌 영역별 또는 감각 자극 종류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는 신경 세포들을 구별해 기억 흔적을 보다 정밀하게 추적하고, 나아가 광유전학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인위적으로 기억을 제어 또는 재구성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물리학과 박경덕 교수는 1n㎥(세제곱나노미터) 이하 영역에서 엑시톤(Exciton: 전자와 정공이 전기적인 힘에 의해 묶여 하나의 입자처럼 보이는 상태)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연구에 도전한다. 새로운 나노광학 플랫폼 창출에 도전하는 연구로서, 분자 물리 및 나노 과학 범위에서 새로운 물리적 현상들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천대 미생물학과 김익수 교수는 세포가 분화되는 다양한 과정을 모두 기록하고 세밀하게 추적하는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세포가 악화되어 질병으로 전이되는 경로를 수정하는 등 각종 질환을 치료하는 해법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소재 분야에서는 유전 질환 치료제, 전자 소자 발열 문제 해결 등 폭넓은 연구 분야에서 6개 과제를 지원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김진국 교수는 mRNA(messenger RNA) 특정 부위에 결합해 단백질 발현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유전자를 발굴하여 희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연구에 도전한다.
성공적으로 수행될 경우 전두측두엽성 치매, 안젤만 증후군(※ 발달 지연, 조절할 수 없는 웃음, 안면 이상, 발작과 경련 등이 나타나는 유전성 희귀질환) 등 현재 치료제가 없는 뇌신경계 유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은 각 유전자를 부모로부터 하나씩 물려받아서 두 쪽씩을 가지고 있다. 많은 유전병들은 이들 두 쪽 중에서 한 쪽이 돌연변이로 인해 망가지면서 발병함. DNA 정보를 읽어서 mRNA(메신저 RNA)를 생성하고, mRNA의 정보를 읽어서 다시 단백질이 생성되는데 유전자 한 쪽이 망가지면서 정상적인 양의 단백질을 만들지 못해 생기는 문제다.
반면 김진국 교수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두 쪽의 유전자 중에 망가진 한 쪽은 어쩔 수 없지만 남은 한 쪽에는 정상적인 유전자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그 정상적인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양을 극대화함으로써 단백질 양을 정상화하는 전략을 고안했다.
이를 위해, mRNA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담고 있는 영역이 아니라, mRNA가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효율을 조절하는 '스위치'들이 존재한다고 알려진 영역에 주목했다. 그 동안 대부분의 연구들은 이 영역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약물을 사용해 그 스위치를 조절하면 mRNA가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먼저 유전자 스위치들을 찾는데 집중했다.
KAIST에서 전산학, 미 MIT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를 전공하고, 캐나다 소재 머신러닝 스타트업에 초기멤버로 참여했던 김 교수는 바이오인포매틱스 역량과 머신러닝을 활용한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 등을 꾸준히 시도한 끝에 유전자 스위치들을 체계적으로 발굴하였음. 또한, 유전자 스위치를 조절 할 수 있도록 RNA기반 약물을 설계하여 주입했더니 정상적인 양의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향후 이 접근 방법을 확대 적용해 현재 치료법이 없는 다양한 유전병들에 대한 신약을 개발하고자 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물리·광과학과 이종석 교수는 나노 크기의 계면에서 일어나는 열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한다. 반도체 등 전자 소자의 크기가 미세화 됨에 따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ICT 분야에서는 차세대 통신,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분야에서 6개 과제가 선정됐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허충길 교수는 복잡한 소프트웨어 시스템의 안전성을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기술 개발에 성공할 경우 자율주행, 의료 시스템, 금융 등 작은 오류만 발생해도 큰 손실이 날 수 있는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부터 자율주행차, 금융시스템까지 우리의 일상은 SW와 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SW 오류 발생시 그 피해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SW가 애초 설계대로 온전히 동작하는지, 오동작을 하는지 검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허충길 교수는 기존의 SW 검증 기법들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은 보완한 3세대 프로그램 로직 'Abstraction Logic'을 개발했다.
현재 사용되는 시뮬레이션 기법은 주로 컴파일러 검증에 사용되고 검증 결과를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어 검증을 나눠서 단계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가능함. 다만, 나눠진 모듈 간에 상호 어떤 작용을 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각 모듈별로는 검증이 어렵다.
또 다른 기법인 프로그램 논리 기법은 SW나 프로그램의 특정 기능이 설계된 명세(Specification)대로 동작되는지를 수학적 논리로 검증하는 것으로, 모듈 간 상호 가정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반면, 각 검증을 단계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
허 교수는 시뮬레이션 기법과 프로그램 논리 기법을 융합한 'Abstraction Logic'으로 기존 검증 기법의 한계를 극복했다.
자율주행차 등 안전성이 필수적인 시스템에 적용된 SW를 더욱 완벽하고 효율적으로 검증하는 단계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공병돈 교수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켜 높은 출력의 RF(Radio Frequency) 소자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 연구를 통해 6G 통신, 자율주행용 레이더 등 미래 신산업 분야에 필요한 핵심 요소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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