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검찰총장?…대국민 선전포고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04-25 10:11:03

  주필 고하승



25일은 제58회 법의 날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권력으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고 있으니 참담하다.


조국 추미애 박범계로 이어지는 법무부 장관이 법을 수호하기는커녕 되레 공정과 정의를 짓밟는가 하면, ‘검찰개혁’이라는 미명으로 ‘검수완박’을 추진해 정권 비리에 대한 수사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었다.


어디 그뿐인가.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수사한다는 공수처는 김진욱 공수처장이 직접 나서서 이성윤 피의자에게 황제 의전을 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서슴지 않았고, 급기야 박범계 장관은 검찰총장의 인선 기준으로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상관성'을 언급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이는 사실상 대통령의 말을 잘 듣느냐 여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친(親)정권 방패막이 검사 이성윤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임명하겠다는 속내를 보인 것이냐"라고 반문하면서 “문재인 정권이 검찰총장마저 코드 인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차기 검찰총장에게 필요한 덕목은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라며 "아무쪼록 문 대통령이 법치와 공정이라는 시대정신을 조금이라도 공감한다면, 차기 검찰총장은 '법과 원칙을 존중하고,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목숨처럼 여기는 인사'를 임명하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검찰총장의 자격'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성을 명문으로 강조했다. 검찰개혁이 그 명분이었다"라며 "그런데 공수처보다 훨씬 규모도 크고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검찰의 수장인 총장의 첫 번째 덕목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상관성이라니요. 말 잘 듣는 검찰을 원한다는 걸 장관이 너무 쿨하게 인정해버린 것 같아 당황스럽다"라고 밝혔다.


정말 어쩌다 대한민국의 법치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가.


박범계는 지난달 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직후 '전광석화처럼 신속하게 후임 총장 인선에 나서겠다'라고 단언했었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차기 총장 후보였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 외압' 혐의로 검찰과 공수처를 오가며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 되자 박 장관은 태도를 바꿔 '여러 가지 고려할 요소들이 많다'라며 ‘질질’ 시간을 끌어왔다.


아마도 시간을 끌면, 이성윤 지검장이 기소되는 걸 늦출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 지검장이 수사심의위와 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한 것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시간 끌기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소집 이후로 기소를 늦추기 위해 이 제도를 끌고 나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꼼수’는 오히려 되치기를 당하는 모양새다.


오인서 수원 고검장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라는 이유로 부의 심의위 절차를 진행하는 대신 대검에 직접 신속한 소집을 요청했고, 대검은 국민적 관심도, 사안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오 고검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소집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사심의위원회를 열기 전에 해당 검찰청 검찰시민위원회 회의를 거쳐야 하는 과정이 생략되고 시간을 단출할 수 있게 됐다.


수사심의위는 오는 29일 개최되는 검찰총장 추천위보다 먼저 소집될 가능성이 크다.


만일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이 지검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추천위에서 이 지검장은 제외할 수밖에 없다.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도 피의자로 거론되는 이 지검장을 후보군으로 올리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범계 장관이 "검찰총장 후보추천 일정과 수사심의위 사이엔 아무런 연관이 없다"라면서 차기 총장 인선 기준으로 "대통령 국정 철학과의 상관성"을 꼽고 나선 것은 이성윤 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러니 법치가 제대로 서겠는가.


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검찰총장의 덕목으로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공정한 결정을 하려는 결연한 의지와 용기'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이성윤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려 든다면, 그건 사실상의 ‘대국민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국민을 상대로 싸우겠다는 게 아니라면, 이성윤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겠다는 생각을 접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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