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업 ‘법제화 4대 과제’ 어떻게 풀어야 옳을까? 귀하의 생각은?
금지는 풀렸으나 엉거주춤한 탐정업, ‘기준 심고 활기 불어넣을 관리법’ 제정 긴요
전용혁 기자
dra@siminilbo.co.kr | 2020-09-27 10:30:07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만약 ‘공인탐정법’으로 한 해에 500여명의 탐정이 선발될 것을 가정할 경우 하루 아침에 7500여명이 일거리를 잃게 됨은 물론 그간의 투자비용을 날리게 된다. 이들이야 말로 또다시 ‘음성적 탐정의 길’로 들어 설 수 밖에 없으리라 본다. 이에 반해 ‘탐정업 업무 관리법(등록제 법률)’ 제정으로 탐정업이 보편적 직업으로 안착할 경우 3만여명의 일거리(년 3조원 규모의 시장)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와 학계는 내다보고 있다. 넷째, ‘공인탐정제(공인탐정법에 의한 공인탐정)’ 도입은 탐정업이라는 직업을 새롭게 창설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우려’ 등 탐정(업) 반대론자들의 저항이 필연적으로 따르게 됨은 불보 듯 뻔한 일 아닌가! 지난 17대 국회(2005년)부터 8명의 의원이 11건의 ‘탐정(민간조사원) 공인화 법률’ 제정을 추진해 왔으나 대한변호사협회 및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 등 각계로부터 ‘탐정(업)을 공인한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는 지적과 반발이 거세게 대두 되었던 점 등을 되새겨 보기 바란다. 하지만 ‘그간의 판례와 관련법 개정 등 법제 환경의 변화로 이미 보편화된 탐정업을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경찰청 등 정부가 ‘탐정업 공인’이 아닌 ‘탐정업 관리(탐정업 등록)’가 불가피해 졌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설득 한다면 누가 무슨 이유로 ‘탐정업 관리법’ 제정을 반대하겠는가? 탐정의 업무범위나 그들에 대한 교육, 징벌규정 등은 ‘공인탐정법’이 아닌 ‘탐정업 업무 관리법’ 제정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때(2017년 5월) 공약한 ‘공인탐정제 도입’ 방안 역시 ‘반드시 공인탐정법을 제정하겠다’는 약속이라기보다 치안력 보완과 일자리 창출 등 국민편익을 위해 탐정업을 직업화·법제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히는 바,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및 경찰청 등 정부나 탐정업 법제화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윤재옥 의원·임호선 의원·서범수 의원 등 국회는 17대 국회부터 외면 받아온 ‘공인탐정제’ 논의를 재소환 하는 일보다 이미(2018년 6월이후) ‘보편화되기 시작한 탐정업’의 직업화를 내실있게 규율하고 촉진할 ‘탐정업 업무 관리법(등록제 탐정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는 일이 순리이자 정도가 될 것임을 확신하며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그 본래의 취지나 목적도 충분히 대체(代替) 달성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③ 탐정업 업무의 성격, ‘사실관계파악’ VS ‘사실조사’ 어떤 표현이 적정할까? 일반적으로 ’사실조사‘는 법률에 근거한 특정인이 그 대상을 향해 ‘직접조사 또는 간접조사’를 병행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며(세무조사·피의자조사·감찰조사·여론조사기관에 의한 여론조사 등), ‘사실관계파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주로 탐문과 관찰 등으로 특정 사안의 진상 규명에 의미있는 자료를 수집하거나 그 자료를 기초로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라 하겠다(사건 목격자 탐문·가출인 생존 목격·위해요소 포착 등). 사전적(辭典的)으로 보더라도 ’조사(調査)란 어떤 일이나 사실 또는 사물의 내용 따위를 명확하게 알기 위하여 자세히 살펴보거나 찾아보는 것’이고, ‘파악(把握)이란 어떤 대상의 내용이나 본질을 확실하게 이해하여 알아 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얼핏 유의어로 들리지만 비슷한 말도 아니거니와 대체할 성격의 용어도 아니다. 예를 들어 형사소송법 제37조(판결,결정,명령)는 “결정 또는 명령을 함에 필요한 경우에는 ‘사실을 조사’할 수 있다. 이때 조사는 부원에게 명할 수 있고 다른 지방법원의 판사에게 촉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431조(사실조사)에서는 “재심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합의부원에게 재심청구의 이유에 대한 ‘사실조사’를 명하거나 다른 법원판사에게 이를 촉탁할 수 있다”고 규정해 두고 있다. 또한 주민등록법 제20조(사실조사)도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신고의무자가 이 법에 규정된 기간 내에 신고하지 아니한 때, 규정된 사항의 신고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등에 그 ‘사실을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사실조사’의 오·남용으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사실조사를 할 수 있는자’와 ‘사실조사를 할 수 있는 경우’ 등을 엄격하게 법률로 정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탐정업의 정의(업태)를 ‘사실관계파악’이라고 함은 소극적 업무에 그칠 소지가 있음으로 보다 적극적 서비스를 추동할 ‘사실조사’로 함이 나을 것 같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물론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국민을 명령·강제 할 수 없는 ‘100퍼센트 민간인 신분’인 탐정에게 ‘사실조사’를 허용하면 그들이 경찰·검사·판사와 뭐가 다를 바 있겠는가? 17대 국회부터 ‘사실조사와 사실관계파악 등을 혼합한 업무’를 골자로 하는 일명 공인탐정법, 민간조사업법 등 여러 명칭의 탐정법 제정이 추진되어 왔으나, ‘아무런 권력없이 임의적 활동을 해야하는 탐정이 어떻게 민간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일을 그 업무로 할 수 있느냐’는 지적과 반감 대두로 철회와 폐기가 거듭되어 왔음을 상기해 보기 바란다. 탐정(업)은 학술적·법리적으로 보아 ‘사실관계를 파악’해주는 서비스업일 뿐 ‘사실조사’를 행할 권능을 갖지 못하는 업임을 거듭 강조해 둔다. ④ 탐정업 업무의 범위, ‘열거주의’ VS ‘개괄주의’ 어떤 선택이 실효적일까? 세계적으로 탐정(업)의 업무 범위를 정함에는 ‘법률로 열거한 일’만 할 수 있게 하는 열거주의(포지티브·Positive)형과 ‘하지 말라고 금지된 것 외에는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개괄주의(네거티브·Negative)형으로 대별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탐정(업)의 직업화 진행 및 법제화 논의와 때를 같이하여 ‘탐정(업)의 업무 범위’를 어떤 모델로 설정함이 옳을지에 의견이 분분하다. 이와 관련 필자는 ‘탐정업의 업무 범위를 명료하게 획정(劃定)해 두면 탐정의 일탈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열거주의)의 나이브(naive)함과 그 위태성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탐정(업)의 업무는 일반적으로 암암리에 진행되는 특성상 ‘그들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에 우선 주목해야 한다. 즉, 탐정업무의 진행 과정을 추적하거나 밀착 감독하는 일은 홍길동의 행적을 쫓는 일보다 지난(至難)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탐정업에서 ‘탐정들은 획정 되어진 이 일만 해야한다’는 열거주의 법문이 엄수되리라 보는가? 또한 입법기술상 탐정업의 업무를 수십 수백가지로 세분하여 낱낱이 획정할 수 있겠는가? 또 그들의 업무가 획정된 범주 내에서만 이루어 지고 있는지 확인 할 인력이나 방도는 있는가? 이런 점에 연유하여 탐정(업)의 업무 대상이나 범위를 획정해 두는 ‘열거주의 입법’은 ‘탐정업의 위태성 최소화’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그 법률이 공포되는 순간 ‘있으나 마나한 법률’로 전락될 것임이 불보듯 뻔하다는 게 탐정(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러한 ‘탐정업의 특질’을 감안하여 일본·영국·프랑스 등 탐정제를 안착시킨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탐정업의 업무 범위와 관련하여 그 범주를 법률로 열거하는 방식 대신 ‘최소한 해서는 안 될 일(절대적 금지)’만을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광범한 업무 영역을 틈탄 일탈이나 문란행위가 노정되면 개별법(個別法)으로 즉각 대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세계적 탐정 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경우 ‘탐정업 업무의 범위’를 열거하지 않고 ‘탐정업 업무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 제6조(탐정업무 실시의 원칙)’를 통해 ‘탐정업은 타인의 사생활 등 권익을 침해하거나 개별법을 위반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을 업무의 기준이자 업무의 범위로 제시하고 있다. 즉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아니하거나 개별법에 저촉되지 않는 일은 일단 탐정업의 업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애기다. 이러한 개괄적인 업무 범위 제시는 일견 허술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실제 너무나도 명료한 업무 범위의 제시라 하겠다. ‘불법행위 하지 말고 탐정업 하라’는 애기다. 얼핏 느슨한 규정 같지만 ‘불법하면 모두 처벌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개별법의 엄중함을 느끼게 하는 법제(法制)이다. 미국의 경우 대개의 주(州)가 외형상 탐정업무의 범위를 명문화하는 열거주의를 취하고 있으나 그 허용 범위가 만능(萬能)에 가까우리 만큼 광범하여 사실상 개괄주의 업무 범위와 다를 바 없다는 게 미국에서 탐정업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 교민들의 전언이다. 이에 연유하여 미국 탐정의 업무 범위를 일컬어 ‘열거주의를 통한 개괄주의의 실현’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함은 개괄주의의 보편화를 시사하는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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