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천의 미국통신 21] 헌법으로 돌아가야 사회분열이 치유된다.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0-02-02 10:34:19
곽일천 서울디지텍고 이사장
미국상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재판은 대법원장의 주도하에 상원의원들이 배심원이 되어 최종 재판결과를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하원의 탄핵매니저들(검사역할)과 대통령의 변호인단의 치열한 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막판에 터져 나온 죤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주장이 화제가 되어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재판에서 눈길을 끄는 사람이 있다. 하바드 법대교수를 지낸 알랜 더쇼비츠(Alan Dershowitz)이다. 그는 올해 나이로 81세이나 활발한 활동을 하는 현역이다. 28세에 하바드 법대교수가 된 그가 노교수로서 지혜의 말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투표하고 민주당 지향적인 정치관을 가진 그가 트럼프 변호인단에 합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가 트럼프를 변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그를 떠났다고 한다. 그는 방송 인터뷰 등에서 일관되게 나는 트럼프를 변호하지 않는다. 나는 헌법의 대리인 (Constitutional representative) 역할을 하러 나온 것이다. 나는 어떤 대통령도 변호하지 않으며 헌법을 대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사람이나 정치적 정파가 아닌 헌법을 지키겠다는 그의 확고한 철학을 말한다. 속된 말로 이 나이에 출세나 돈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 명예를 걸고 내가 배우고 가르친 대로 살겠다는 것이다.
더쇼비츠 교수의 모습을 보며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박근혜대통령 탄핵에 대한 정치권과 우리사회의 분열된 모습에 대한 지혜가 얻어 지는 것 같다. 박근혜빠, 박대통령의 메시지가 올 것인지 아닌지, 누가 진정 대리인인가 등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하나같이 번지수가 틀린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3년전의 탄핵과정과 재판이 법적으로 맞느냐 아니냐를 가리는 것이 되어야 하며 그 일을 한 후에 화해와 단합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저 묻어두고 가자! 문재인만 반대하면 뭉쳐야 한다! 기독교 목사란 사람이 지금은 부처님도 예수님도 다 필요하다. (아마 정권을 무너트린 다음 신학적인 것은 나중에 바로 세우면 되는 거지 하는 것 같다.) 신앙양심보다 정치적 승리가 더 우위에 있는 것을 볼 때 과연 이런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우리 사회가 단합되고 바르게 갈 것인지 의심이 간다. 이들이 정권을 무너뜨리고 잡으려는 목적은 너희들 우리가 당한 몇 배로 갚아 주겠다는 복수심만 가득하니 과연 정권을 빼앗긴 자들은 과연 승복하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데 동참할지 의문이다. 이대로 간다면 남북 간의 전쟁이 아니라 남남 갈등으로 내전이 불가피 할지 모른다는 끔직한 생각이 든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헌법에 기초한 바른 길을 가는 것이다. 법아래 누구도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법의 지배가 확립되어야 한다. 검찰이나 사법부, 그리고 특히 헌법재판소가 정치재판을 스스로 하여 국가에 치명적인 과오를 남겨 놓았고 그 결과 대한민국은 역사상 유래 없는 위기에 처하였다. 지금이라도 법치가 확립되어 정치 과잉의 대한민국을 구해야 한다. 모든 걸 정치에 걸고 모르고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구태를 버리지 못하는 한 대한민국은 살아날 희망이 없다. 제발 정치가 법아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시간이 걸려도 바른 원칙과 과정의 정당성이 있어야 사회통합이 가능하다는 걸 인식하면 좋겠다. 사람을 무서워 하지 말고 내가 하는 일이 정의로운지 그걸 걱정하는 국민이어야 한다. 법을 당신의 손안에 두지 말라 (Do not take the law in your hands!)는 노교수의 지혜로운 주장이 대한민국 사회에 널리 전파되기를 희망한다. 용서를 하더라도 무얼 용서해야 하는지 모른 채 용서하고 단결한 들 그것은 또 다른 정치 쇼에 불과하다. 국민 모두가 정치지향성에서 벗어나 생활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자신의 삶속에서 법과 정의를 실천하는 것을 하는 것이 진정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대한민국 검찰이 사는 길은 법대로 하고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도 스스로 살아있는 권력도 법아래 있음을 보여 달라고 검찰총장에게 당부하지 않았는가? 미움과 의리가 아닌 법치주의의 실현만이 갈기갈기 찢어진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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