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놔두고 오세훈만 때린다…왜?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03-14 11:15:37
’안철수 놔두고 오세훈만 때린다, 박영선의 기막힌 표계산’이라는 제하(題下)의 기사가 <중앙일보> 14일 자 지면에 실렸다.
<중앙>은 “안철수는 외면하고, 오세훈은 때린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메시지에서 최근 나타나는 흐름”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박 후보 캠프는 비서실장ㆍ대변인 등을 임명한 지난 4일 이후 11일까지 야권 후보 비판 논평을 모두 9건 냈는데 그 가운데 7건이 오세훈 후보에게 집중됐다.
오 후보를 겨냥한 메시지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질적으로도 차이가 크다.
안 후보를 겨냥한 메시지는 단순히 안 후보 발언에 대한 반박 등 사후 대응 성격이 짙었다. 반면 오 후보를 향해서는 캠프 비서실장 천준호 의원이 나서 내곡동 땅 셀프특혜 의혹을 처음 제기하고, 고민정 대변인이 3차례나 논평으로 지원하는 등 한층 공세적이다.
왜 그러는 것일까?
박 후보 측은 “의도한 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을 뿐, 의도를 가지고 오세훈만 때리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아무런 의도 없이 우연히 오세훈 후보만 ‘콕’ 집어서 공격하게 됐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앞서 박영선 후보는 지난 2월 <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후보를 잘 알기 때문에 마음속에 나름대로 생각하는 게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아마도 박 후보는 안 후보의 취약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안 후보와 본선에서 맞붙을 심산으로 오 후보 저격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오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이 엇비슷하다면, 박 후보는 당연히 당세가 취약한 안 후보와 본선에서 맞붙기를 희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면 현재 여론의 흐름은 어떠한가.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양자 대결 구도가 성사되면 야권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중 누가 나오더라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20%p 안팎의 격차로 압승을 거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4일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스티아이는 12~13일 이틀간 서울 거주 만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상 양자 대결의 경우, 오세훈-박영선 대결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51.8%, 박영선 후보가 33.1%의 지지를 받았다. 18.7%P 차이로 오세훈 후보가 앞섰다.
안철수-박영선 대결 구도에서는 안 후보가 53.7%, 박 후보가 32.3%로 차이가 더 벌어져 격차는 21.4%p다.
안 후보가 오 후보보다는 비록 조금 더 우세하지만, 그 격차는 오차범위 내로 무의미하다.
반면 후보 호감도는 오세훈(52.6%), 안철수(51.4%), 박영선(35.1%) 후보 순으로 나왔으며, 후보 비호감도에서는 박영선(59.6%), 안철수(45.1%), 오세훈(42.8%) 순이었다. 표의 확장성은 바록 미미하지만 안 후보보다는 오세훈 후보가 더 있다는 의미다.(이 조사는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 포인트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점들 때문에 박 후보가 오 후보를 집중공격하는 것이라면, 그건 선거 과정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걸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상대를 공격하더라도 ‘허위비방’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그런데 10년 전 이미 충분하게 소명된 일, 그로 인해 당시 한명숙 후보 측이 망신을 당했던 의혹을 재탕 삼탕으로 제기하는 건 서울시민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박영선 후보와 오세훈, 안철수 후보 가운데 누가 최종 승리할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서울시민은 네거티브로 얼룩진 흙탕물 선거가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정책으로 승부를 거는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될 것이다. 누가 승리하든 모쪼록 세 후보의 아름다운 경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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