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의 끝없는 당권 장악 욕심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04-11 12:19:39

  주필 고하승



4.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의 쓴맛을 본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가 그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야만 한다. 그런데 당의 주류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당내에선 선거 패인의 요인으로 지목되는 ‘친문’이 물러서니, 그 빈 자리를 다시 ‘친문’이 차지하려고 한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새 원내대표 선출일인 16일까지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어 갈 비대위원장에 도종환 의원을 선임했다.


도종환은 친문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 이사장으로 친문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사다. 선거참패의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친문이 여전히 당을 장악하고 놓지 않는 상황이다.


노웅래 의원이 "벼랑 끝에 서서 쇄신해야 하는 마당에 쇄신의 얼굴로 당내 특정 세력의 대표를 세우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 될 것"이라면서 "국민을 바보로 보는 것 아닌가"라고 한탄한 것은 이런 이유다.


그러면 새 원내대표가 선출된 이후에는 ‘친문’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가.


그것도 아니다.


현재 당 대표와 원내대표 후보군에는 홍영표, 윤호중 의원 등 친문 성향이 강한 인사들이 포진돼 있다.


조응천 의원은 "우리 당의 잘못으로 지적받은 '무능과 위선, 오만과 독선'에 대해 상당한 책임이 있는 분이 아무런 고백과 반성 없이 원내대표와 당 대표로 당선됐을 경우 국민이 우리 당이 바뀌고 있다고 인정해줄까 두렵다"라고 꼬집었다.


여의도 정가에선 이런 민주당을 향해 친문이 나가니 뒷문으로 친문이 돌아오는 ‘친문 회전문’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민주당 친문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에 당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민주당 당원들, 특히 권리당원들은 친문 성향이 압도적으로 많다.


따라서 당원들에게 길을 열어놓자는 주장은 사실상 친문에게 결정권을 넘겨주자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다. 앞서 친문 지도부는 귀책사유 무공천을 백지화할 때는 물론, 비례용 위성정당을 창당할 때에도 당원투표라는 형식으로 강행한 바 있다.


결국, 친문 성향 당원들의 투표로 결정된 모든 잘못된 행태들이 국민의 눈 밖에 났고, 결국 이번 선거에서 회초리를 맞게 된 것이다. 그런데 또 그들에게 결정권을 주자고 하니 정신 차리려면 아직도 멀었다.


실제로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당 대표 선거 컷오프에도 당원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디 그뿐인가.


민주당은 당 중앙위원회를 통해 최고위원을 선출하기로 했으나 친문 성향의 당권 주자인 홍영표 의원은 전당대회를 열어 새 최고위원들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고위원도 당원들이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중앙위원회에서 최고위원들을 선출하게 되면, 대권·당권 주자 대리인들의 ‘나눠 먹기 논란’ 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는 두고두고 갈등의 불씨로 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눠 먹기’ 없이 친문이 당권을 ‘싹쓸이’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물론 당 지도부 선출에 당원들이 참여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그걸 막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시기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것은 친문 성향의 극단적 권리당원들의 간섭을 당 지도부가 부추긴 결과다.


차기 대선에서 똑같은 결과를 보지 않으려면 지금은 극단적 성향의 당원들 의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홍영표 의원과 윤호중 의원은 지금 나설 때가 아니다.


친문의 끝없는 당권 장악 욕심이 민주당을 몰락의 길로 내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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