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재갈 물리기’, 이준석은 어디 있나?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08-23 12:32:50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집권세력에 민심이 등을 돌렸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사에 대한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규정하는 등 각종 보도 제한 요소로 인해 야당과 각종 언론단체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실제 그 후유증으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3일 나왔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지난 17~20일 성인 남녀 2,0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6%(매우 잘함 21.6%, 잘하는 편 20%)가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조사에 비해 0.4%p 하락한 것이다.
반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지난 조사에 비해 1.1%p 상승한 55.7%(매우 못함 40.5%, 못하는 편 15.1%)로 집계됐다. 이로써 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의 긍·부정 격차는 14.1%p로 크게 벌어졌다.
정당지지율에서도 민주당은 0.7%p가 떨어져 32.8%를 기록했다.
이 같은 당청 지지율 하락에 대해 배철호 리얼미터 전문위원은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그런데도 ‘이준석 리스크’를 안고 있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아무런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
국민의힘 지지율 역시 전주 대비 0.2%p 하락한 37.1%로 집계된 것이다.
(이 조사의 응답률은 5.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진짜 목적은 정권 말기 권력 비판 보도를 틀어막아 집권연장을 꾀하려는 것"이라며 "이 법이 시행된다면 권력의 비리는 은폐되고 독버섯처럼 자라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이 법이 정부의 의지대로 통과된다면 내년 대선 절차에 있어서 비판하는 언론의 자유가 제약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라며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석수에서 밀리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이준석 대표의 무관심으로 효과적 여론전조차 펴지 못하는 참담한 실정이다. 정의당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야당의 역할을 대신 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실제 과거 '언론은 공적 인물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질 수 없으므로, 공인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부분적 허위가 있음이 밝혀지더라도 법적 제재가 내려져선 안 된다'고 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옹호하고 나서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고 이야기하시면 안 된다"고 즉각 반박하고 나선 사람은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언론중재법'을 옹호하자 즉각 비판하고 나선 사람 역시 이준석이 아니라 진중권 전 교수다.
이 전 대표가 언론중재법을 '언론재갈법'이라고 비판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사실도 아니고, 가능하지도 않은 터무니 없는 비판"이라고 주장하자 진 전 교수는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푸틴·두테르테나 하는 짓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준석의 목소리는 없었다. 관심이 온통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에 쏠려 있는 탓이다.
범여권 성향의 지지층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유승민 전 의원을 위해선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기보다는 그의 당내 경쟁자인 윤석열 전 총장과 최재형 전 원장을 견제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데에도 제1야당 대표는 눈에 띄지 않는 이 참담한 현실.
그 원인은 자신이 지지하는 유승민 전 의원의 역선택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야 차기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율은 고작 2% 안팎으로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 그런데도 범보수 야권 주자 지지율은 10% 안팎을 오르내릴 만큼 급격히 높아진다.
이에 대해 최재형 전 원장 측은 역선택 효과를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국민의힘 지지층보다 오히려 민주당이나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재형 전 원장 측이 그를 보고 ‘민주당 후보냐’고 묻기도 했다.
이래선 안 된다. 정당 책임정치 차원에서 당의 주인인 당원이 선출직 후보를 선출하는 게 원칙이고 바람직하지만, 불가피하게 여론조사를 반영하더라도 역선택을 조장하거나 허용해선 안 된다. 여론조사 대상은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한정 하는 게 맞다.
왜 우리 정당 후보를 선출하는데 남의 정당 지지자들의 의견을 물어야 하는가. 이건 비정상이다. 그들이 상대정당의 강한 후보를 선택할 리 만무하다. 역선택 후보는 약체 후보일 수밖에 없다. 이준석 대표는 이제 당내 경선은 당 선관위에 맡겨두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악법 저지에 모습을 드러내라. 그게 제1야당 대표인 당신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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