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제2의 유승민’ 되나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04-28 12:34:29

  주필 고하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보면 유승민 전 의원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제1야당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나 ‘지분 챙기기’를 위해 합당에 이런저런 전제조건을 달면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 역시 판박이처럼 닮은꼴이다.


두 사람은 서로 의기투합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해놓고도 제1야당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들이 창당한 그 당을 버린 기이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은 쌍둥이처럼 닮았다.


먼저 유승민의 경우를 살펴보자.


그는 제1야당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하태경-이준석 등을 부추겨 바른미래당에서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른바 ‘제3지대’를 지키려는 손학규 대표를 몰아내고, 당을 장악한 후에 자유한국당과 ‘당대당’ 통합을 해서 최대한 지분을 챙기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쿠데타였다.


하지만 손학규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힌 쿠데타는 실패했고, 결국 유승민은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그 당 역시 독자 생존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유한국당에 들어가기 위한 교섭창구에 불과했다.


아니나 다를까.


신당을 창당한 유승민은 곧바로 자유한국당과 통합을 위한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누가 봐도 유승민이 한국당에 들어갈 것은 불 보듯 빤한 상황임에도 그는 당시 '보수재건 3원칙'(유승민 3원칙)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물론 그가 내세운 전제조건은 사실상 지분을 최대한 챙기기 위한 명분에 불과했다.


그러면 안철수는 어떤가.


그의 추종세력 역시 제1야당에 들어가기 위한 유승민의 쿠데타에 가담했다.


손학규를 밀어내기 위해 ‘유승민-안철수 연합군’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쿠데타에 실패한 유승민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하자, 안철수도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그리고 지금 안철수는 과거 유승민이 ‘3대원칙’을 제시한 것처럼 ‘5대 아젠다’를 제시하면서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어차피 제1야당과 통합할 거면서도 최대한 지분을 챙기기 위해 이상한 제안을 하고 있을 뿐이다.


유승민의 ‘3대 원칙’이 그렇듯 안철수의 ‘5대 아젠다’ 역시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단지 추상적인 것으로 별 의미가 없다.


두 사람이 자신들이 창당한 제3정당을 버리고 제1야당 입당에 매달리는 이유는 단 하나, 자신들이 제1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욕심 탓이다.


사실 안철수는 지난해 12월 20일 기자회견에서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 의사를 접고 배수진을 쳤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오세훈에게 패배한 후 말이 달라졌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문제를 거론하면서 "연출, 주연, 조연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는 비유적 언급을 반복하고 있다. 주연, 즉 대선 후보로 직접 나설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긴 셈이다.


안철수가 국민의힘과 합당해 "더 큰 기호 2번"의 신당을 만들고, 직접 대권 주자로 뛰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안철수는 ‘제2의 유승민’에 불과하다.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율이 고작 1~2%대에 불과하듯, 안철수 대표 역시 5% 이내의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만일 서울시장 경선에서 승리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원과 국민의 요구에 이끌려 대선 출마 선언이라도 하는 날에는 그의 존재감은 그날로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다.


유승민이 정치권에서 존재감을 잃었듯, 안철수의 존재감 역시 그처럼 점차 빛을 잃어갈 것이 불 보듯 빤하다. 이걸 인정하지 못하고 아등거리며 발버둥 치는 모습은 차마 못 볼 지경이다.


안철수는 대선 욕심을 버리고 제3지대 정당을 지켜내, ‘다당제를 정착시킨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길을 선택했어야 옳았다. 그 옳은 길을 버리고 자신의 욕심을 선택한 대가로 ‘안철수는 제2의 유승민’이라는 오명만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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