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원희룡 누가 옳은가.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08-02 13:04:47
대통령선거 경선을 위해 제주도지사직을 기꺼이 사퇴한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면서도 끝까지 경기도지사직을 움켜쥐고 있는 이재명 후보와의 신경전이 거세다.
과연 누가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일까?
원희룡 후보는 2일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염치가 없다"라며 "기본 양심부터 국민에게 먼저 검증을 받으라"고 쏘아붙였다.
전날 이재명 지사가 원희룡 지사의 도지사직 사퇴를 두고 "공직을 책임이 아닌 누리는 권세로 생각하거나 대선 출마를 사적 욕심의 발로로 여기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지적한 것에 대한 반격이다.
대체 원희룡 후보가 도지사직을 사퇴한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원 지사는 전날 사임 기자회견에서 “도정을 책임 있게 수행하는 것과 당내 경선을 동시에 치르는 것은 제 양심과 공직 윤리상 양립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사직을 유지하면서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 임하는 것이 납득할 수 없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는 여야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지사직을 유지한 채 경선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에 발끈한 이재명 후보가 원희룡 후보를 향해 “공직을 책임이 아닌 누리는 권세로 생각하거나, 대선 출마를 사적 욕심의 발로로 여기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며 “월급만 축내며 하는 일 없는 공직자라면 하루빨리 그만두는 것이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 그러나 할 일을 해내는 책임감 있고 유능한 공직자라면 태산 같은 책무를 함부로 버릴 수 없다”라고 공세를 취했다.
그러면서 “공무 때문에 선거 운동에 제약이 크지만 저는 제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공직자의 책임을 버리지 않고, 가능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직자는 국가와 국민에게 무한책임을 지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그러자 원희룡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주자로서 선거 운동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며 "도지사 역할을 형식적으로 할 수도 없고 도지사직을 활용한 선거 운동을 할 수도 없다. 제주 도민께는 죄송하지만 깨끗하게 도지사직을 사퇴하는 것이 덜도 더도 아닌 나의 양심이자 공직윤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 이재명과 원희룡 가운데 누구의 말이 옳을까?
도정을 수행하면서 당내 경선을 동시에 치르는 게 양심과 공직 윤리에 어긋난다는 판단 때문에 지사직을 내려놓겠다는 원희룡인가.
아니면 공직자는 국가와 국민에게 무한책임을 지는 존재이기 때문에 지사직을 내려 놓지 못하겠다는 이재명인가.
사실 지사직을 끝까지 거머쥐고 있는 이재명 후보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말 그게 이유라면, 선거 90일 전에 도지사직을 사퇴해야 하는 대통령선거에는 왜 나왔는가. 따라서 이재명 후보가 지사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게 뭘까?
얼마 전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지사로서 코로나 방역 위반자 몇 명을 적발한다면서 심야에 수십 명의 공직자와 언론을 동원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당내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에게 쫓기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사실상의 ‘선거 운동’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에는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민 전원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정치권에 논란이 일고 있다. 소득 하위 88%에게 지급하는 정부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경기도 예산으로 소득 상위 12%의 도민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오죽하면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국정 경험이 없어서 이런 결정을 하고 있다"라고 성토하겠는가.
김두관 의원도 “돈 많은 경기도에서는 100% 받고, 돈 없는 지방은 88%만 받는 것은 정부의 선별 지급보다 더 나쁜 일”이라며 “전 국민을 다 주지 않는 것을 차별이라 한다면, 경기도만 주고 다른 지방은 못 주는 것은 더 심각한 편 가르기”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대선 출마에 활용하기 위해 도지사직을 움켜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그게 아니라면 원희룡 후보처럼 당당하게 지사직을 내려놓고, 대선 경선에 임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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