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도 조국과 같은 잣대로?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06-03 13:55:29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3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가족 비리 등에 대해서도 조국 전 장관 가족의 검찰 수사와 같은 잣대로 수사하라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전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가족 비리 등에 대해서도 조국 전 장관 가족의 검찰 수사 기준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말에 앞다퉈 동조하고 나선 것이다.
맞는 말이다. 검찰은 수자 대상이 누구든 사람을 가려가면서 더 가혹하게 수사하거나 혹은 조금 봐주는 식의 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그런 발언은 사법부에 압력으로 작용하거나 ‘가이드라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절제되고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이날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KBS라디오 프로그램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더도 덜도 말고 조국과 같은 기준으로 윤석열 관련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이 동원할 수는 있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서 검사와 검찰 수사관 100명을 동원해서 80군데를 압수수색을 하면서 조국 전 장관의 사돈에 8촌까지 전부 다 뒤졌다”며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 검찰 권력을 행사한 그 수준으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같은 잣대와 같은 기준과 같은 검찰 권한으로 수사해야 윤석열 전 총장이 정당성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윤로남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민주당 윤건영 의원도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앞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최근 “윤 전 총장 가족 관련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라면서 “왜 수사를 안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검찰이 조국 가족과 윤석열 가족 수사에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단정하는 이런 정치인들의 발언이 과연 온당한 것인가.
아니다. 재판은 법정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재판부 판단이 이뤄지는 동안 법정 밖에서 함부로 가타부타 말하는 것은 사법부와 재판제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지금 민주당 의원들이 조국 가족과 같은 잣대로 윤석열 가족을 수사하라는 건 얼핏 ‘공정’하고 ‘원칙’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특히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설이 흘러나오는 요즘 부쩍 그런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실제 윤석열 전 총장은 최근 지인들에게 “백넘버 2번을 달고 대선에 나가겠다”라는 뜻을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이 정당을 기반으로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굳혔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국민의힘에 합류한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민주당 의원들의 ‘같은 잣대를 적용하라’라는 발언은 ‘흠집 내기’로 보일 뿐이다.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의 변호인인 손경식 변호사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일부 정치인들이 수사기록 내용도 모르면서 일방적인 비방으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누구보다도 원칙을 잘 아는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의 언행이 오히려 도를 넘었다"라고 비판한 것은 이런 연유다.
손 변호사는 “정세균 전 총리가 ‘왜 수사를 안 하느냐’고 하는데 그것은 우리가 할 얘기”라며 “수사 중인 상황만 계속 무한정 끌어 프레임을 씌우는 게 이성윤의 서울중앙지검이 벌이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같은 당 황희석 최고위원 등이 고발한 윤 전 총장 부인의 회사 협찬금 관련 혐의 등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이 당사자에게 자료 제출 요구를 한번 하지 않았다”라며 “근거를 갖고 조사할 게 있으면 조사하라”고 밝혔다.
손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윤 전 총장 가족 비리 의혹 수사를 뭉개는 측은 오히려 친정부 인사인 이성윤 지검장 아닌가.
물론 아직 비리 의혹의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난 것은 아니다. 현재 재판 진행 중인 사건도 있고, 이성윤 지검장이 깔아뭉개는 사건도 있다. 그 모든 의혹은 재판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그동안만이라도 정치권은 이 문제에 대해 함구할 필요가 있다.
거듭 강조거니와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윤석열 가족 비리 의혹 수사도 조국 가족 수사와 같은 잣대로 적용하라는 여권 인사들의 발언은 ‘공정’을 가장한 ‘재판개입’으로 온당하지 못하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