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서울시 진술 엇갈려··· 警, 거짓말탐지기 검토
대질신문 여부도 논의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0-08-04 14:24:10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을 방임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시 관계자들과 피해자의 진술이 엇갈림에 따라 경찰이 대질신문이나 거짓말탐지기 활용 등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4일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 방임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20명을 조사했는데, 피해자와 진술이 다른 부분도 많다"며 "피해자도 대질신문을 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대질을 추진하는 것이 맞지만,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하는 상태이기도 해 전문가들 통해 과연 이 방식이 피해자 입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것인지 등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수사를 돕고 있는 의료진 등 전문가 그룹에서는 피해자가 서울시 관계자들과 마주하는 것이 현재 상태에 비춰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참고인(서울시 관계자) 중 동의하는 사람에 한해 거짓말탐지기 활용 계획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은 클리앙·디시인사이드 등 피해자에 대한 온라인 2차가해가 벌어진 인터넷 커뮤니티를 수사해 악성댓글 등을 게시한 8명을 입건했으며, 일부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간 '고소장' 문건을 이들 두 사람이 최초로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시장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중단된 업무용 휴대전화의 디지털포렌식에 대해 경찰은 수사를 더 진행해 참고인 진술과 증거 등을 보강한 뒤 이를 다시 추진하기 위한 영장 재신청을 검토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포렌식 중단으로 (사망 경위 및 성추행 방임 의혹) 수사에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있다"며 "(방임 등 혐의사실 입증을 위한) 수사 강도를 좀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측의 의사에 따라 의혹 전반을 직권조사하기로 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피해자·참고인 진술 내용 등 수사 서류를 제공해달라는 요청이 오면 법이 허용하는 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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