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수신 사기로 3000억대 '포천 땅투기'
업체 회장 등 14명 입건·3명 구속··· 기자·前 경찰도
'연 30% 수익' 내세워 돈 가로채··· 피해자 수천명
최성일 기자
look7780@siminilbo.co.kr | 2021-07-21 15:11:54
[부산=최성일 기자] 일명 ‘경기 포천 땅 투기’ 사건으로 알려진 대규모 땅 투기 사건의 자금이 부산의 한 유사수신업체가 수천명의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챈 3000억원대 피해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부산 한 유사수신업체 회장 A씨 등 14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3명을 구속했다.
이번에 검거된 일당 중에는 이들에게 청탁을 받고 금품을 챙긴 현직 기자와 전직 경찰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유사수신업체 회장 A씨 등은 2016년부터 올해 초까지 피해자 2800여명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3059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부실채권 매각, 부동산 경매 등의 방식을 통해 원금을 보장하고 연평균 30%의 높은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며 돈을 가로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피해금 중에는 예비 신혼부부, 일용직 노동자 등이 어렵게 모아온 자금도 포함돼 있었다”면서 “피해자들은 해당 업체가 인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인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유사수신업체는 2개 농업법인을 포함한 6개 법인 명의로 경기 포천, 서울 강남·중랑구, 경남 거창·거제 등에 74개 부동산 1000억원어치를 사들였으며, 이 중 포천 일대 부동산은 15개 850억원가량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포천 한탄강 일대 개발’ 비공개 정보를 입수해 투기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 비공개 정보 누설자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지만, 법률적 다툼의 소지가 크고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검찰 판단에 따라 기소 전까지 언론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유사수신업체 회장과 회장의 사실혼 관계 부인, 자녀 등이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5년간 70억원의 월급을 받아가 외제 차를 모는 등 피해자들 돈으로 월급 잔치를 했으며, 부동산 투기나 월급으로 쓰인 돈 외에 피해자들의 돈은 또 다른 피해자를 유치하는데 필요한 이자 등으로 사용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A씨 등이 경기지역 부동산 인허가를 도와달라며 지역 일간지 기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도 확인했다.
해당 기자는 억대 신문사 광고를 유치하고, 개인적으로도 금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유사수신업체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전직 경찰관에게 2000만원을 건네며 수사상황을 알아봐달라고 청탁하기도 했다.
경찰은 부패 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유사수신업체가 소유한 1000억대 부동산과 채권·예금 등을 모두 합쳐 1455억원을 몰수 추징 보전했다고 밝혔다.
보전된 재산은 유죄판결이 확정될 경우 피해자들 피해 복구에 쓰일 예정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원금 회수 불능 등 피해가 현실화하기 전에 경찰이 조사했다”면서 “사업 구조상 언젠가는 피해가 터질 수 밖에 없는 범죄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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