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택배기사 사망··· 올해 9명째

대책委 "명백한 과로사"
한진택배 측 "평소 지병"

홍덕표

hongdp@siminilbo.co.kr | 2020-10-19 15:17:31

[시민일보 = 홍덕표 기자] 최근 30대 택배 노동자가 또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업무량이 늘어난 택배 업계의 노동 환경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9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한진택배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에서 근무했던 김 모(36)씨가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책위는 "36세의 젊은 나이로 평소 아무런 지병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의문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사망하기 4일 전인 지난 8일 오전 4시28분 동료에게 '집에 가면 5시인데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 자고 또 물건정리(분류작업)를 해야 한다. 너무 힘들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대책위의 과로사 주장에 대해 한진택배 측은 "김씨가 평소 지병이 있었고 배송량도 200개 내외로 적은 편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책위와 유족 측은 김씨가 지병을 앓기는커녕 복용하는 약도 하나 없었고, 그가 추석 연휴 전주에 배송한 택배 물량은 하루 200∼300개에 달했다고 밝혔다.


한진택배는 업계 1위 CJ대한통운보다 1명이 담당하는 배송 구역이 더 넓기 때문에 한진택배 노동자가 200개를 배송하는 시간은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300∼400개 물량을 소화하는 시간과 비슷하다는 게 대책위 측 설명이다.

이날 대책위는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김씨 유가족과 함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다.

박석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택배 노동자들이 이렇게 계속 사망하는데 그냥 놔둘 것인가"라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한편 대책위에 따르면 올해 사망한 택배업계 종사자는 총 12명이며, 이 중 택배기사는 9명에 이른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