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손해배상 시효는 진단일부터 적용"

大法, 김은희씨 테니스 코치 '1억 배상' 원심 확정
"성범죄 당시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 불확실해"

이대우 기자

nice@siminilbo.co.kr | 2021-08-19 15:21:06

[시민일보 = 이대우 기자]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씨가 성폭력 가해자인 테니스 코치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김씨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법원은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는 성폭력으로 인한 장애 진단을 받는 시점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논 것으로 풀이된다.

초등학생이였던 김씨는 2001년 7월∼2002년 8월 테니스 코치였던 A씨에게 네 차례 성폭력 피해를 입었으며, 성인이 된 김씨는 2016년 5월 한 테니스 대회에서 A씨와 우연히 마주친 뒤 과거 악몽이 떠오르면서 두통과 수면장애, 불안, 분노 등의 증세에 시달렸다.

김씨는 그해 6월 병원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고서 A씨를 고소했다.

 

기소된 A씨는 이듬해 10월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이어 김씨는 2018년 6월 A씨로 인해 PTSD 진단을 받는 등 고통을 받았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무변론으로 진행돼 김씨가 승소했다. 하지만 A씨는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됐다며 항소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또는 ‘불법 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으로 하고 있다.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불법이 인정되는 1심 판결일(2017년 10월)을 기준으로 하므로 김씨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2018년 6월은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아 문제가 없지만, ‘불법 행위를 한 날’의 경우 김씨가 마지막으로 성폭력을 당한 2002년 8월을 기준으로 하면 10년을 넘긴 상태여서 A씨는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손해배상 청구에 있어 장기소멸시효 기산일은 손해 발생이 현실적인 것이 됐을 때를 의미한다”며 “피고의 불법 행위에 따른 원고의 손해는 원고가 처음 진단받은 2016년 6월에 현실화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해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성범죄 당시나 일부 증상의 발생일을 일률적으로 손해가 현실화한 시점으로 보면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는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성범죄로 인한 정신적 질환이 발현됐다는 전문가 진단을 받기 전에 성범죄로 인한 손해 발생이 현실화했다고 인정하는 것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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