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조국보다 유승민이 더 나쁜가.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9-08-25 15:22:25
편집국장 고하승
“모든 언론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인데 왜 국장은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에게 그토록 관심을 쏟고 있는가.”
요즘 각 언론사 정치부 기자 후배들로부터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물론 조국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이 되어선 안 될 사람이다. 그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국민도 이미 ‘부적격 자’라는 판단을 내린 상태다.
실제로 25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 유권자 두 명 가운데 한명 꼴로 조국 호보자의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 '일요진단 라이브' 측이 지난 22~23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직 수행에 적합한 인사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8%가 '부적합 하다', 18%가 '적합하다'라고 답했다. 임명 반대가 찬성보다 2배 이상 높게 나온 것이다. 34%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 여론조사는 KBS 측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진행했으며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15명이 참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연일 이 문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여론이 자신들 편이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황 대표는 아들의 군대 보직 특혜·취업 특혜 문제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진 상태이지만 이에 대해선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나경원 원내대표는 자녀의 입시 의혹은 물론 일가의 홍신학원에 대한 사학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뚜렷한 해명을 내놓은 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방어에 나선 조국 후보자나, 그를 공격하는 자유한국당은 진영만 달리할 뿐 굳이 흠결을 따지자면 ‘도토리 키 재기’인 것이다.
정치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즉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서로 상대를 헐뜯고 그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정권을 교대로 나눠먹는 이른바 ‘적대적 공생관계’가 유지될 것이란 뜻이다.
그런 현상을 방지하려면 특단의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다당제 안착을 위한 선거법 개정이 그 선결요건이다. 즉 정치개혁을 위해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뜻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민의 선택을 있는 그대로 국회 의석수에 반영하는 선거제도’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그런데 유승민 의원은 국민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다당제를 깨고 낡은 양당제로 회귀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바른미래당에서 당권을 찬탈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것 역시 양당제 회귀를 위한 몸부림일 것이다.
실제로 유승민 의원의 측근인 이혜훈 의원은 한 젊은 혁신위원을 국회 정보위원장 실로 불러 자신들(유승민계)을 ‘개혁보수’로 잘 포장해서 (한국당과 통합협상과정에서)몸값을 올려 받아야 하니까 손학규 대표를 몰아내는 일에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충격적인 폭로가 터져 나왔다.
그러면 유 의원은 왜 다당제를 포기하고 양당제로 회귀하려는 것일까?
아마도 자신의 지역구 사정 때문일 것이다. 지난 8월 20일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에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승민 의원의 지지율은 20% 대 초반으로 매우 낮았다. 당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딱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실제로 리서치 TV(알앤서치 유트브) 의뢰로 ㈜알앤서치가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4일간 유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52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4.3%)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가 예상되는 김규환 한국당 동구을 당협위원장이 25.9%, 김재수 전 농림부 장관이 15.7%로 한국당 예상후보 지지율의 합계는 무려 41.6%에 달했다.
이에 반해 유승민 의원의 지지율은 고작 23.7%에 그쳤다. 집권당이 가장 어려운 지역으로 꼽고 있는 이 지역에서 이승천 민주당 동구을 당협위원장이 16.7%의 지지를 받은 것에 비하면 상당히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당권을 장악한 후 한국당과 협상해 자신이 한국당 후보로 나서거나 연합후보로 나설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그런 행위는 정치개혁과 다당제를 지지하는 국민의 염원을 배신하는 행위로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조국 후보자가 장관이 되는 걸 저지하는 것보다 유승민 의원의 당권찬탈음모를 저지하는 게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위해 더 바람직하고 필요한 일임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필자가 조국의 추악한 과거행적보다 유승민의 현재진행형인 추악한 당권찬탈 음모에 더 관심 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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