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 전국에 주유소 차려 '돈세탁'
운영자 등 2명 구속·1명 입건
은닉재산 90억 추징보전신청
임종인 기자
lim@siminilbo.co.kr | 2021-07-25 16:16:07
[수원=임종인 기자] 주유소 4곳을 차린 후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로 얻은 범죄수익을 돈세탁 하는데 이용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도박사이트 운영자 A씨와 직원 B씨를 구속하고, 또 다른 직원 C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25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A씨 등 3명은 2013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2000여명의 회원이 있느 판돈 900억원 규모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오OO'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무료 충전 서비스를 미끼로 인터넷 개인방송, 문자메세지 등의 가입 홍보를 해 회원을 모았으며, 이를 본 회원들은 1인당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가까이 되는 돈을 A씨의 사이트에 베팅했다. 이렇게 모인 돈은 50여 개의 대포 통장을 거쳐 A씨에게 전달됐다.
B씨와 C씨는 A씨에게 고용돼 월급 350여만원을 받고 회원을 모집하거나 대포통장을 관리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했으며, 주범 A씨는 거둬들인 범죄이익으로 2014년부터 주유소를 임차해 운영했다.
이후 A씨는 충북, 부산까지 주유소를 늘렸으며, 지난해에는 별도의 법인까지 설립한 뒤 기존 3개 주유소 외에 충남의 주유소 1곳을 추가 인수해 모두 4개의 주유소를 관리해왔다.
그는 법인에 별도 직원을 두고 사장 행세를 하며 기름 운송에 필요한 탱크로리 차량을 사들이는 등 실제로 주유소를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자금추적을 통해 주유소 인수 및 운영 자금이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나왔다는 점을 확인, A씨가 자금 세탁을 위해 주유소를 운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모은 자금으로 지난해 캠핑장 사업을 위해 충북에 73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캠핑장을 실제로 운영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온라인 도박사이트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던 중 A씨가 운영하는 사이트를 확인하고 지난해 A씨의 충북 법인 사무실을 압수 수색 하는 등 관련 수사를 이어오다가 최근 이들을 검거했다.
또 해당 사이트를 폐쇄 조치했으며, 이들 소유의 부동산과 고급 외제차, 임대차 보증금 등 은닉 재산 90억원 상당에 대해, 범죄 피의자가 특정 재산을 형이 확정되기 전에 빼돌려 추징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미리 막기 위해 양도나 매매 등 처분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동결하는 조치인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각종 도박 사이트가 안방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며 "엄중한 수사를 통해 운영자 처벌과 범죄 수익 환수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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