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 '이춘재 자백' 화성 8·10차 사건 증거물서 DNA 미검출"
당시 수사기록·수사관 진술 조사로 선회키로
가혹행위·허위자백 강요 등 진범 논란도 수사
임종인 기자
lim@siminilbo.co.kr | 2019-10-24 16:42:03
[수원=임종인 기자] 화성연쇄살인사건 8차와 10차 증거물에서 피의자 이춘재(56)의 DNA가 미검출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24일 브리핑을 열고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이춘재의 DNA를 비롯해 다른 남성의 DNA는 나오지 않았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 모양(당시 13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며, 당시 경찰은 사건과 관계없는 윤 모씨(62)를 범인으로 검거해 처벌했다.
국과수 분석 결과 10차 사건의 증거물에서도 이씨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8차 사건 증거물은 이미 당시에도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어서 애초부터 피의자의 DNA가 나올 가능성이 적었다"며 "10차 사건 증거물은 일부 분석 결과가 나온 다른 사건들보다 앞서 분석을 의뢰했지만 국과수에서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몇차례 정밀분석을 진행했고 최근 피의자의 DNA가 나오지 않았다는 결과를 최종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과거 8차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들의 진술과 당시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씨가 이 사건을 자백할 당시 범행 장소 등에 대해 그림을 그려가며 구체적으로 설명한 사실도 진범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근거로 삼을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8차 사건에 대해서는 범인으로 지목돼 처벌받은 윤씨와 당시 수사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며 "피의자 자백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있는데 진술이 사실일 경우에는 윤씨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허위자백했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떤 가혹행위가 있었는지도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씨의 변호인이 재심 청구를 위해 요구한 정보공개와 관련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미치는 영향, 윤씨의 권리구제 필요성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 결과 당시 윤씨의 피의자 신문조서와 발부된 구속영장 등 총 9건의 문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윤씨 측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씨가 자백한 살인사건 중 1989년 7월18일 화성군 태안읍에서 발생한 김 모양(당시 9세)의 실종사건에 대해서는 시체유기 장소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씨는 이 사건과 관련 자신이 김양을 살해했고 인근에 유류품과 함께 김양의 시신을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그가 지목한 장소와 실제로 유류품이 발견된 장소와는 거리가 100여m 이상 차이가 있어 경찰은 이춘재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 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당시 경찰은 김양이 실종된 지 5개월여가 지난 뒤 인근 야산에서 치마와 책가방 등 10여점의 유류품을 발견했다.
이 중 7점에 대해 감정을 의뢰, 3점에서 인혈반응이 나왔지만 혈액형은 판정 불가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당시 경찰은 김양의 유류품이 발견된 사실을 김양의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수사관들에게 유류품 발견 사실을 왜 알리지 않았는지에 관해 물어봤지만 너무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 그 이유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백한 사건들에 대해 현재까지 일관성 있게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입건 이후 신문조서를 작성하고 사건별 중요사안에 대해 보강조사를 하고 있다"며 "피의자의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조금 더 조사한 뒤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씨는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청북 청주 등에서 저지른 4건 등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한 바 있다.
현재까지 이씨가 자백한 사건 중 DNA가 증거물에서 검출된 건은 3, 4, 5, 7, 9차 등 총 5건이다.
2차 사건 증거물에 대한 DNA 분석은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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