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유통업자 잇단 '무죄'

황혜빈

hhyeb@siminilbo.co.kr | 2019-08-20 16:46:49

[시민일보 = 황혜빈 기자] 몰래카메라를 유통해 재판에 넘겨진 유통업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일 서울북부지법 형사6단독(최상수 판사)에 따르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온라인 위장형 카메라 판매업체 운영자 양 모씨(48)가 지난 13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양씨는 과학기술정부통신부 장관 인가를 받지 않은 채 위장용 카메라 2억8000여만원어치를 1252회에 걸쳐 국내에 유통한 혐의다.

재판에서는 양씨가 판매한 위장형 카메라들이 '감청' 목적으로 제조됐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위장형 카메라들이 감청 목적으로 제조되지 않아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규정하는 감청이란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의 대화나 통신 내용을 엿듣는 것이고, 이미 수신이 완료된 내용을 지득하는 것은 포함하지 않는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판매한 카메라가 음성·음향을 실시간으로 송수신해 청취하는 기능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전부 ‘방송통신기자재등의 적합 등록 필증’을 받아 감청설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유통업자 홍 모씨(42)도 무죄 판정을 받았다.


홍씨는 2015년 5월~2018년 7월 위장형 카메라 구매대행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소비자들 주문을 받아 중국 업체에서 배송하는 방식으로 총 280회에 걸쳐 5600여만원어치 카메라를 유통한 혐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제품을 대량으로 수입해 자체 물류창고에 저장하고 판매하는 통상의 수입행위와는 다르고, 매매를 중개하는 역할로서 '판매'하는 행위로 볼 수도 없다"면서 "현행법상 이를 수입·판매행위로 보는 것은 죄형 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홍씨가 유통한 위장형 카메라들의 경우 양씨가 판매한 카메라와 달리, 실시간으로 영상과 음향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사실이 인정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홈 CCTV' 등 영상과 음향을 송신하는 다수의 전자기기가 시중에 유통 중이고, 카메라나 녹음기가 점차 소형화되는 추세 등을 고려할 때 감청 목적으로 제조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파법상 적합성평가를 받고 유통되는 제품들과 실상 동일한 기능·성능을 가지고 있는 등 감청설비 제외 대상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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