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재의 여세추이(與世推移)]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와 좀비 아포칼립스의 클리셰

서문영 기자

issue@siminilbo.co.kr | 2020-05-27 20:56:20

 

중국 우한을 시작으로 세계를 공포에 빠트리며 수많은 사망자를 낳은 코로나19.

 

대한민국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이후가 판이하게 달라지며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다니는 시민들의 모습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월 코로나19 심각 단계 격상 이후 2월 22일부터 5월 5일까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거친 후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로 전국의 의료진과 의료 자원봉사자들이 발 벗고 나서며 국민들에게 뭉클함을 안긴 바 있다.

 

하지만 이태원 클럽발 N차 감염이 지속되면서 한동안 안정되었던 확진자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코로나19 감염 고리가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 퍼지면서 대중들의 불안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태원 클럽발 N차 감염의 시작은 직업을 숨긴 학원 강사가 시발점이었다. 질병관리본부의 초기 역학조사는 확진자의 진술을 토대로 접촉자를 파악해 추가적인 감염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학원 강사는 자신의 신분과 동선에 대해 거짓말을 하며 감염 확산을 불러왔다.

 

이후 학원 강사의 실제 신분과 동선이 밝혀지기 전 생긴 방역 공백은 학원 강사가 근무하는 보습학원의 수강생을 비롯해 코인 노래방 방문자, 돌잔치 참석자를 거쳐 물류센터 직원과 그의 가족의 감염으로 이어지며 확진자 수를 증가시켰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 초기 아웃팅(Outting: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을 피하려는 성소수자에 대한 비난은 학원 강사의 거짓말로 인한 N차 감염에 대한 공분으로 지어지고 있다.

 

앞서 약 70여 일 간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는 가파른 감염 추세를 진정 시킴과 함께 한정된 의료 수용량 한계를 낮추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이미 코로나19 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의료진들에게서 과도한 피로로 인한 번아웃(Burnout:탈진)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차후 중장기적으로 대처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의료 체계의 한계를 드러내며 초기 방역에 실패한 후폭풍을 수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는 의료진 부족으로 자국 의대생 1만 명의 면허 시험을 면제하며 현장에 투입했고, 미국 뉴욕에서는 병원 의료진 40%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상황을 겪으며 의료 체계 개혁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태원 클럽발 N차 감염의 시발점인 학원 강사의 거짓 진술은 그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이 더운 날씨에도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닌 수고와 질병관리본부의 헌신적인 방역 활동·의료진과 의료 자원봉사자들이 코로나19 선별 진료소에서 흘린 땀을 헛되게 만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언제든지 대한민국의 의료 체계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확진자의 거짓 진술은 얼마든지 치명적인 방역 공백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과 이웃에게도 커다란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통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가 있다. 작품 내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가 영화 초반부 감염된 사실을 숨기고 꾸준히 증세를 나타내다 결정적 순간에 변이해 주인공 혹은 주인공의 동료를 향해 공격하는 장면이나 작품이 끝난 후 쿠키 영상을 통해 생존자 그룹 중 한 명에게 감염 증세가 나타나는 모습으로 속편을 암시하는 경우다.

 

우리 모두 ‘나 한 사람쯤이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이웃을 위해 생활 방역에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져야 코로나19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홍대 주점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후 젊은 층들이 건대 번화가와 강남 번화가로 유흥을 즐기기 위해 운집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디 코로나 팬데믹에서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의 클리셰가 나타나지 않기를 소망할 따름이다.

 

* 사진 출처 : 5월 15일 홍대 상권 /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 사회문화평론가 지승재 : 뉴스위즈 컨텐츠 디렉터 / 아시아브랜드연구소 부소장 ]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