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안전관리, 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6-01-27 09:21:56

한국소방안전원 경남지부 반주완 교수

 

▲ 반주완 교수소방안전관리는 오랫동안 법령 준수와 사고 예방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건물이 대형화ㆍ복합화되고 재난 환경이 변화하는 시대를 맞아 소방안전관리자의 역할은 점점 더 전문적이고 복합적인 판단을 요구받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의 도입은 소방안전관리의 방식뿐 아니라 관리자의 역할 인식에도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소방안전관리 업무는 여전히 반복성과 정형성이 강하다. 점검, 교육, 훈련, 보고가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면서 자칫 업무가 단순한 일상 관리로 인식되고 매너리즘에 빠질 위험이 존재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일부 소방안전관리자는 자신의 능력이나 성취를 스스로 충분히 인정하지 못하는 가면증후군(impostor syndrome)에서 비롯된 불안감을 경험할 수 있다.

가면증후군은 실제 역량과 무관하게 “나는 충분히 전문적이지 않다”, “언제든 능력이 드러나 평가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현상이다. 소방안전관리 업무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결과라는 특성상 업무 성과가 외부로 드러나기 어렵다. 이로 인해 관리자는 자신의 역할과 가치를 체감하지 못하고 심리적 불안을 누적시키기 쉽다.

이러한 불안감은 소극적인 의사결정이나 책임 회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소방안전관리의 질적 저하라는 또 다른 위험으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소방안전관리자의 심리적 리스크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ㆍ교육적 차원에서 함께 관리해야 할 과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 대안의 중심에는 전문성 강화 중심의 교육이 있다. 소방안전관리자의 전문성을 실질적으로 높이고 자신의 판단과 역할이 현장의 안전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인식하게 하는 과정은 심리적 불안을 완화하고 직무 자긍심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소방안전원은 이러한 인식 아래 소방안전관리자 교육의 질적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법령 전달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실제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례와 위험 요인을 기반으로 한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교육 콘텐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교육 강화의 일환으로 울산지부 이전, 경남지부 신청사 착공 등 교육장 시설 보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공간 확장이 아니라 실습ㆍ체험ㆍ토론 중심 교육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소방안전관리자의 현장 대응 역량을 체계적으로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아울러 다양한 멀티미디어 교육 콘텐츠를 통해 화재 위험을 시각적으로 이해하고 보다 현실적인 대응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 방식을 고도화하고 있다.

AI 기술은 이러한 교육 혁신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데이터 기반 위험 분석과 예측 기술은 소방안전관리자의 판단을 보조하고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의사결정을 보다 객관적으로 만들어 준다. 이는 관리자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자신의 전문성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소방안전관리자의 전문성과 심리적 안정은 결국 소방안전대상물의 안전 수준과 직결된다. 제도와 설비만으로는 안전을 완성할 수 없다. 반복되는 일상업무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과 가치를 분명히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안전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I 시대의 소방안전관리는 기술과 사람이 함께 진화해야 한다. 전문성 강화와 심리적 리스크 관리가 병행될 때 소방안전관리자는 단순한 법적 의무 수행자를 넘어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핵심 전문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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