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중심에서 창업 중심으로 실패를 용인하고 재기를 지원하는 사회로 전환을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6-02-01 10:16:45
재정경제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월 30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창업 시대 전략회의’에서 관계부처와 스타트업, 협·단체 관계자 등 60여 명이 참석해 정부 정책을 공유하고 현장의 의견을 나누고 벤처·창업 열풍을 일으키기 위한 ‘국가창업 시대’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핵심 골자는 2030년까지 10개 창업 도시를 조성하고 창업 실패자의 재기를 돕는 1조 원 규모의 재도전 펀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과 수도권, 경력자에 집중되는 K자형 성장 구조가 고착화(固着化)하면서, 안정적인 소수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일자리 패러다임을 ‘찾는 것’에서 ‘만드는 것’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창업이 그 핵심 수단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단순한 제도적 지원을 넘어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창업의 동반자가 되어 창업 리스크(Risk)를 함께 나누고, 국민 누구나 지역과 배경에 관계없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수출 대기업에 의존하는 외끌이 ‘성장 엔진’만으로는 한국 경제가 장기 순항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고 ‘K자형 성장’ 함정을 극복하려면 창업 국가로의 전환은 반드시 가야 할 길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취업에 실패하면 홀로 망하지만, 사업에 실패하면 가족과 함께 망한다’라는 말처럼 대부분 창업자는 집 등을 담보로 잡고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실패하면 그 책임과 부담을 창업자와 주변 사람이 지게 된다. 하지만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명찰해야만 한다.
가뜩이나 한국은 창업기업 3곳 중 2곳이나 창업 후 5년 이내에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나 창업기업 5년 생존율이 낮은 편이다. 2023년 10월 26일 국회에 제출한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의 5년 후 폐업률은 66.2%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창업기업들의 5년 후 폐업률 평균인 54.6%보다 11.6%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OECD 회원국별로 살펴보면 창업기업 5년 후 생존율은 스웨덴이 63.3%로 가장 높았고 한국은 33.8%로 OECD 회원 28개국 중 26위로 한국보다 생존율이 낮은 나라는 포르투갈(33%)과 리투아니아(27.2%) 두 나라뿐이다. 이처럼 한국은 OECD 평균 5년 후 생존율 45.4%보다 보다 11.6%포인트나 낮은 ‘창업 고위험’ 사회다. 창업의 사회적 리스크가 이처럼 크다 보니 청년들은 위험 부담이 작고 안정적인 대기업 취업에 매달리기 마련이다. ‘취업 중심’에서 ‘창업 중심’ 사회로 전환하려면 먼저 ‘창업 실패를 용인하고 재기를 지원’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1인당 소득 6만 달러의 창업 강국이 된 배경에는 도전과 실패를 용인하고 집단지성을 끌어내는 ‘후츠파(Chutzpah) 문화’와 정부가 창업 실패 위험을 나눠 분담하는 국부펀드인 ‘요즈마((Yozma) 펀드’가 있다. 이스라엘처럼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모험자본 생태계가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창업자의 실패 위험을 분산시키고 스타트업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구글(Google), 애플(Apple), 페이스북(Facebook), 테슬라((TESLA) 엔비디아((NVIDIA) 등 빅테크(Big Tech │ 거대 기술기업)가 탄생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창업 실패자를 낙오자나 패배자로 낙인찍지 않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창업 실패 과정에서 값진 경험을 축적하고 경영 노하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 실패자가 다른 창업이나 취업 현장에서 오히려 환영받는다고 한다. 한국도 ‘국가창업 시대’를 열려면 먼저 실패를 자산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조속히 뿌리내리고 자리를 잡아야 한다. 재도전 교육 지원과 같은 패자 부활 시스템이나 재창업자를 위한 펀드는 창업 열풍 재점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가창업 시대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전통적 방식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라며 창업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옛날에는 큰 기업의 수출을 지원했는데 아예 씨앗 만드는 것 자체를 지원해 보자!”라며 “아이디어로 시작할 때부터 정부가 지원하고 책임지는 방법으로 창업 붐도 일으키고 관심도 끌어내겠다.”라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국에서 창업 인재 5,000명을 발굴해 지원하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테크 분야 4,000명, 로컬 분야 1,000명을 선발해 창업 활동 자금을 제공하고 최종 우승자에게 10억 원 이상을 지원하는 창업 오디션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벤처·스타트업이 기술 혁신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기존 사업자나 낡은 진입 규제와 씨름하느라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현실은 서둘러 바꿔야 한다. 신산업 진입을 가로막는 각종 인·허가규제를 되도록 금지된 항목 외에 모두 허용토록 전환하고,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을 하면 할수록 규제가 늘어나는 ‘계단식 규제’도 과감히 없애야만 한다. 진입 규제 걱정 없이 마음껏 창업에 도전하는 창업 특구도 활성화해야만 한다. 때마침 정부가 벤처 투자를 활성화하고 시중 자금 흐름을 코스닥(KOSDAQ)으로 돌리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고용보다 창업으로 국가 중심을 바꾸는 첫날”이라며 스타트업 창업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는 ‘코스닥 3000 달성’이란 목표를 제시했고, 기획예산처는 1,400조 원에 달하는 연기금의 벤처·코스닥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기금운용평가지침을 변경했다.
사실상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코스피(KOSPI) ‘5,000 시대’를 열고 ‘천스닥’을 일궈낸 자신감에 충만한 정부가 벤처 투자와 코스닥 기업 투자를 늘려 혁신 생태계를 키우고, 장기적으로 연기금 수익률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 자체는 옳아 보인다. 다만 코스닥시장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 체력)’을 키우는 선행 작업 없이 눈앞의 숫자에 급급해하며 연기금을 무리하게 동원하려는 것이어서는 결단코 안 된다. 국민 노후를 책임질 자금인 연기금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 닷컴 버블 시기 장중 2,900선까지 치솟았던 코스닥지수가 폭락한 후 이제야 1,000선을 회복했을 정도로 거품 붕괴의 후유증이 컸던 지난 교훈을 결단코 잊어선 안 된다.
이제 막 ‘천스닥’ 고지를 넘어선 코스닥은 바이오·2차 전지 등 특정 종목 쏠림 해소와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2024년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코스닥 상장사(비금융 기업)가 342개에 달할 정도로 부실기업 문제는 특히 심각한 현실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상장폐지 제도개선을 통해 부실기업의 조기 퇴출을 유도하고 있으나 아직도 유의미한 결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에프앤가이드(FnGuide)에 따르면 비금융업종 기업 중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상장사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425개 사로 나타났다. 코스피 기업은 83곳, 코스닥 기업은 342곳이다. 2019년에 처음으로 300곳을 넘어섰고, 이후 2024년에 최초로 400곳을 상회했다. 한 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기 어려운 형편이 3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이른바 ‘좀비 기업(한계기업)’이 전체 코스닥 상장기업의 1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공모가 부풀리기로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작전세력의 주가조작도 빈번하다.
정부는 지난해 코스닥 퇴출 기준을 시가총액 40억 원 미만에서 150억 원 미만으로 높였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어만 보인다. 올해 1월 5일 한국거래소는 이달부터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하는 시가총액 기준을 기존 4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상향한다. 시가총액이 150억 원 미만 상태로 30거래일 연속 지속되는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이후 일정 기간 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거래소는 시가총액 기준을 2027년 200억 원, 2028년 300억 원으로 단계적으로 높이고, 매출액 기준도 순차적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좀비 기업(한계기업)’ 퇴출은 일시적으로는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을 살리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정부 의지도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이 코스닥시장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할 적기임을 각별 유념하고 실행으로 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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