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원희룡, 대권욕 잠시 내려놓아라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4-07-02 10:17:14
“자신의 대권 욕심 때문에 당 대표가 되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후보는 물론 나중에 당 대표가 되면 대통령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하는 후보도 위험하다.”
이는 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2일 서울 강서구 ASSA 아트홀에서 진행한 '체인지 5분 비전발표회'에서 “지금은 대권 경쟁할 때가 아니다”라며 한 말이다.
이는 당권을 대권의 디딤돌로 삼으려는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나경원 후보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의 발언에 공감한다.
물론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대권을 꿈꾸어 봤을 것이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가 그걸 마다하겠는가.
그리고 정치인이 대권에 눈독 들이는 걸 나무랄 수도 없다. 정당 차원에서는 그런 인물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일극 체제의 민주당에선 이재명 한 사람만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데 비해 여당에선 한동훈, 원희룡 후보 이외에도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안철수 의원 등 쟁쟁한 후보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교주처럼 떠받드는 이재명 의원이 무너지면 대권 주자를 다시 만들어내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지만, 여당은 그런 측면에서 상당히 여유가 있다.
따라서 당권과 대권이 분리된 상황에서 굳이 당 대표가 2026년 지방선거를 포기하고 2027년 대권에 도전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당 대표 경선에 뛰어든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노골적으로 대권욕을 드러내고 있으니 문제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그가 누구든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해선 안 된다.
총선에서 참패한 당을 바로 세우고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다음 해에 치러지는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당 대표가 되면 임기를 절반만 채우고 2025년 9월경에 당 대표직을 사퇴하고 대권 준비를 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 2026년 지방선거는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 선거 한번 치러보지도 않고 그만둘 당 대표를 하겠다면 그 목적은 뻔한 것 아니겠는가.
자신의 대권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조강특위를 가동하고 당협위원장들을 대폭 물갈이해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전면 교체하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그로 인한 갈등은 상당히 심각할 것이다. 특히 한동훈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것이고, 그로 인해 내부 분열이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원희룡 후보가 당선되면 그것은 사실상 친윤의 지지를 등에 업은 것으로 그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대통령 친위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대권 후보가 될 기회가 주어지는 까닭이다.
이래선 안 된다.
이번 전당대회 출마자는 나경원 의원과 윤상현 의원처럼 자신의 대권욕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지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2026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나아가 2027년 정권 재창출에 밑거름이 되겠다는 사람이 당 대표로 선출돼야 한다.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도 좋은 인재들이다.
당 대표의 충분한 자격들을 갖춘 사람들이다. 그들이 나경원 의원이나 윤상현 의원처럼 대권욕만 내려놓으면 4명의 후보 가운데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2026년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에게 묻는다.
그대들에게도 총선 참패의 작은 책임이 있지 않은가.
따라서 총선에서 참패한 당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자신의 대권욕을 잠시 내려놓고 당 대표가 되면 중도에 물러나는 일 없이 임기를 채우고 반드시 2026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고 선언할 수 없는가. 한동훈-원희룡 후보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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