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빵과 환자들도 구분 못하는가?

김정겸 전 한국외대 철학과 겸임교수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4-10-04 10:19:03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최근 대전 빵 축제에 많은 사람이 몰린 것에 대해 “빵 사기 위해 3시간 기다리는 건 미담이고 진료를 위해 기다리는 건 의사 부족 때문이라는 사회에서 필수 의료 몰락은 자동빵”이라고 말을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필자는 주수호씨 발언을 일반화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의.정 갈등을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암담하고 참담한 마음으로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꼬집고자 글을 쓰고 있는 점을 양해 바란다. 주수호씨의 발언은 의료 현실에 대한 심각한 오해와 의사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경각심 부족을 드러내며, 심각한 논리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그 점을 몇 가지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빵과 의료의 비교는 근본적인 차이를 무시한 발언이다ㆍ생명과 기호식품의 차이는 크다. 빵은 기호식품으로, 섭취하지 않아도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 반면, 의료는 질병 치료 및 건강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서비스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그는 대기 시간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빵을 구매하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며, 즐거움을 위한 행위이다. 반면, 환자가 병원에서 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불안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다.
그는 사회적 책임의 차이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있다. 빵집은 상업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사업체이지만 의료기관은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환자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

들째, 의사 윤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다.
그의 발언은 환자 우선주의 원칙 망각했다는 점이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주 전 위원장의 발언은 환자의 고통과 불편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를 보이며, 의사 윤리의 기본 원칙인 환자 우선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그이 발언은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의료는 단순히 개인의 영리 추구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건강 증진을 위한 공공재이다. 의사는 사회적 책임을 인지하고, 의료 서비스 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셋째, 논리적 모순과 비인간적인 태도를 지닌 발언이다.
그는 과장된 일반화를 범한 발언을 한 것이다. 주 전 위원장은 모든 환자가 빵을 기다리는 것처럼 의료 서비스를 가볍게 생각한다고 일반화하며, 환자의 다양한 상황과 고통을 무시하고 있다.
그의 발언은 또한 비인간적인 태도를 나타내 보이고 있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단순히 '기다리는 사람'으로 치부하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있다.

넷째, 의사의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발언이다ㆍ
주 전 위원장의 발언은 의사에게 인문학적 소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문학은 인간의 삶과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하며, 의사로서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의사결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문학적 소양은 의사가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며. 의사에게 다양한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인문학적 지식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며, 신뢰 관계 구축에 기여한다.

결론적으로 주수호 전 위원장의 발언은 의료 현실에 대한 심각한 오해와 의사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경각심 부족을 드러내며, 의사에게 인문학적 소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의사는 단순한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로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환자를 대해야 한다. 주 전 위원장의 발언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의료의 본질과 의사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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