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이대남' 전략 실패 등 이준석 책임론 불거지나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2-03-10 10:22:40

"'여성표 결집' 역풍 자초 ...호남구애도 성과 못 거둬"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3.9 대선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0.73%의 미미한 표차로 신승을 거둔 가운데 당내에서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양상이어서 주목된다.


실제 이 대표의 ‘이대남(2대 남성)’ 득표전략이 결과적으로 2030 여성표는 물론 4050 여성표까지 완전히 잃고 호남 구애를 위해 쏟아부은 당력도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석열 선대본부에서 정세분석실장으로 활동했던 정 태근 전 의원은 10일 이준석 대표의 이른바 ‘이대남(2대 남성)’ 득표전략에 대해 “20대 남성들의 지지를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여가부 폐지 같은 여성들에게 반감을 산 정책을 내세운 것이 넉넉하게 이길 선거를 어렵게 만들었다”면서 “20대 30대 여성들의 정권교체 욕구를 간과한 것이 독이 될 뻔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한 정 전 의원은 “과연 이준석 대표가 집권당의 대표로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겠느냐 하는 회의감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이 같이 강조했다.


정 전 의원은 특히 “집권당의 대표는 잘하지 않으면 교체된다"며 "과거에 열린우리당도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였고, 오히려 집권당 대표하기가 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윤 당선인 득표율은 48.6%였고 이 후보는 이보다 0.8%p 적은 47.8%를 기록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득표율(2.37%)과 합하면 범여권 후보가 과반을 차지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이겨도 진 선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전투표 돌입 전까지만 해도 5~10%p로 비교적 큰 폭으로 앞서던 윤 당선인이 일주일의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기간 동안 이 후보의 ‘막판 추격’을 허용한 데엔 '여성표 결집'을 부른 이 대표의 '반(反) 여성’ 전략이 실패의 주된 이유로 지목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8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서면 인터뷰에 나선 윤 후보는 ‘나는 페미니스트’ 발언으로 궁지에 몰린 바 있다.


본 투표 전날이자 세계 여성의 날에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공언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행정적 실수”라고 해명에 나섰던 윤 후보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가 주장하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다시 언급하는 '반여성 행보'로 역풍을 자초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개표 당시 ‘초박빙’ 대결 양상에 대해 “20대 여성들이 대거 빠져나갔다”며 "윤 후보가 자기 낙선 운동을 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진 전 교수는 “(윤 후보가) ‘세계 여성의 날’에 여가부 폐지와 성평등 예산을 빼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사자는 것이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라며 “20대 남성도 안티 페미니즘을 외친 사람은 소수인데 오판을 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전원책 변호사도 같은 날 "이대남-이대녀 젠더 문제를 이슈로 선거운동을 한 건 국민의힘”이라며 “저는 이 선거운동이 실패했다고 본다. 처음부터 걱정이 컸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성별 갈라치기’와 세대포위론에 집중한 이준석 대표의 선거 전략이 악수가 됐다는 데 공감대가 적지 않다.


실제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SNS 등에서 “이준석 대표 때문에 10%포인트 차이로 이길 걸, 1%p 차이로 신승했다", “호남 30% 큰소리 치더니...실망했다" "이대녀들은 이대남만큼 결집 못한다는 이준석 주장은 ‘정동영급 망언’이었다”, “지역 갈라치기로 표 받아먹고 이념 갈라치기로 표 빨아먹더니 이제 더 갈라칠 게 없어 세대포위론으로 세대 갈라치기를 하고 이대남 이대녀로 또 성별 갈라치기를 한다. 다 이준석 작품"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10%p 이상 승리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이준석 대표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한 김재원 최고위원은 '다수 언론이 20대 남성과 20대 여성 등 젠더 문제에 대한 국민의힘 접근법에 패착이 있었다고 한다'는 진행자 지적에 "원래 선거판에서 가장 잘못된 모습이 다 된 듯이 행세하는 것"이라며 "그런 모습으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고 이 대표 책임론에 힘을 실으면서도 "선거에 승리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분이 함께 힘을 합쳤기 때문에 당내로 눈을 돌려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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