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경험 없는 지혜의 깊이는 제한적··· 의정활동의 기본은 현장부터 찾는 것"
“TBS 교통방송 재정적 독립'은 서울시-시의회 같은 생각”
“혁신학교 예산지원 불평등 혜택··· 차별이고 잘못된 교육”
“1의원당 최소 1보좌관이 타당··· 관철 위해 역할 다 할 것”
이대우 기자
nice@siminilbo.co.kr | 2022-09-25 10:23:37
'의회주의자'를 자처하는 김현기(국민의힘.강남3) 서울시의회 의장은 25일 “의회에는 입법과 예산 실행, 양대 기능이 있다"며 " 필요한 조례가 있으면 제정해야 하고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 것이 있으면 개정해야 한다"고 의회 역할론을 제시했다.
김 의장은 이날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민이 찾아오게 하는 의정활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평소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중요시해왔던 그는 “의정활동의 기본은 일단 현장부터 찾는 것”이라며 ”민생과 직결된 시민 생활을 살펴야 하는 건 우리 의회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험하지 않는 사람한테서 기대하는 지혜의 깊이는 아주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며 “평소 제가 발품을 많이 파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의장은 "현장에 나갈 때는 반드시 서울시청 간부 연락처가 담긴 수첩을 휴대한다"며 4선 관록의 의정활동 노하우를 소개했다.
그는 "그렇게 하면 현장에서 제기된 민원을 즉석에서 처리할 수 있다"며 "간혹 민원처리가 원활하지 못해도 시민들 입장에선 일단 소통을 한 것만으로도 많이 좋아들 하신다"며 "더불어 지방의원에 대한 신뢰와 기대치도 높여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장의 이 같은 신조는 그동안 현장에서 주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결같은 모습으로 최선을 다한 그에게 신뢰와 성원으로 화답한 지역구 주민들과의 체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돼 명실상부한 전국 광역의회 사령탑으로 등극한 김 의장은 '탈권위 리더십‘으로도 유명하다.
김 의장 스스로도 “누굴 상대하더라도 경청할 만한 내용이면 그 자리에서 바로 소화하는 것이 저의 주특기"라고 자신감을 보일 만큼 특유의 겸손함으로 대번에 상대를 사로잡는 그의 관록에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제 주장을 강요하지 않는다. 제가 낸 의견보다 논리정연하고 설득력이 있으면 모두 수용한다.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고 나름의 팁을 방출하면서 “이를 위해 사고의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정활동하면서 고집부리면 손해 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되도록 유연해지기 위해 노력한다"며 "이 같은 생각을 반복하다보니 저절로 권위의식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제 생활 신조가 유능제강(柔能制剛) 이다보니 일각에서 좀 까칠하다는 평도 있다”며 "그러나 까칠하다는 것은 원칙이 있다는 의미지 권위주의적인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제가 의회주의자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12년간 이어진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 재임기간 내내 정치적 편향성으로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TBS 교통방송과 관련해 점진적 예산삭감을 주장하는 서울시와 지원폐지 조례안으로 절연을 선언한 시의회에 대해 “결국은 같은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교통방송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이제 기능 자체가 필요 없는 환경이 됐으니 점진적인 독립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의회는 아예 지원을 중단하고 독립방송으로 전환해서 창의성 자율성을 확보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회가 지원에 관한 조례를 폐지해도 바로 시행하는 게 아니라 부칙 1조에 1년 유예기간을 명시하기로 의총에서 결정했다"며 “애초 초안은 2년이었는데 의원 총회 보고 과정에서 혈기 왕성한 초선 의원들이 '무슨 2년이냐, 6개월로 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산지원 폐지 개정안을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하자’고 설득해 1년 기한을 이끌어냈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예산 심의에 대한 의회 역할에도 확고한 의지로 각오를 다졌다.
그는 "예산 편성권은 집행기관의 장인 서울시장과 서울시 교육감이 갖고 있지만 의회로 넘어오면 심의 확정하고 나중에 결산하는 기능이 있다”며 “제출된 예산안이 정말 시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했는지 또 집행기관의 장이 개인 공약 실현을 위해 무리하게 예산을 편성했는지 등을 아주 세밀하게 따지겠다. 예산은 납세자인 시민이 낸 세금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김 의장이 ‘공교육 바로 세우기’를 기치로 서울시 교육청을 겨냥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김 의장은 “진보성향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교육 행정에 대한 우려가 많다. 지나친 이념 편향 교육, 무분별한 예산지원, 학력저하 등 문제시되는 교육현안부터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면서 ‘서울교육 학력향상 특위’까지 마련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 의장은 혁신학교에 대한 과도한 예산지원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기초학력 평가 제도가 사라지면서 초래된 학력저하 현상 등 서울교육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16년도 자료를 보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서울이 제일 높다. 그 이후 6년이 경과 됐는데 서울 교육이 더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공개하라’고 요구하면 ‘공개할 수 없다’고만 한다. 서울 교육의 기초학력 미달 상태가 심각하다는 반증 아니겠냐”며 “이런 부분을 개혁하고 개선하겠다는 것이 바로 공교육 바로 세우기”라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시의회는 서울시 교육청이 제출한 추경안을 49일 만에 당초 예산액에서 1조 3,331억여 원을 삭감한 14조 3천억여원을 의결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이 제시한 기금 전출금 2조 7천억여 원도 1조 2,744억 원 감액된 가운데 1조 633억 원을 내부 유보금으로 조정, 해당 예산에 대한 올해 집행 가능성을 봉쇄했다.
다만 학교 낡은 시설 개선 예산 1천억 원, 노후 화변기 교체 예산 392억 원 등은 증액 조정됐다.
김 의장은 “11대 의회는 68대 32 비율로 우리 국민의힘이 다수당”이라며 “‘의회바로세우기’를 통해 서울시의회 역할을 강화해 의회 위상을 제고 시키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민주당이 다수당이었던 12년 동안의 시의회는, 특히 박원순 시장 10년 조희연 교육감 8년간은 그야말로 시와 교육청 요구에 따르느라 의회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암흑기였다”며 “그래서 저는 이번 의회부터 시청이든 교육청이든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회의 역할을 똑바로 해서 그동안 실추된 서울시의회의의 명예를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 “잘못된 조례와 제도 개혁을 의회바로세우기 1호 과제로, 2호 과제로는 ‘인사 혁신’에 대한 문제를 의회가 주도해 해결하도록 해보겠다”고 천명했다.
실제 김 의장은 인사권이 독립된 11대 의회 첫 인사에서 상임위원회와 사무처 지원부서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5급 팀장급 순환보직을 시행하고 그동안 관행이었던 칸막이를 없애는 등 파격적인 ‘인사 혁신’을 단행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이번 인사는 의회 간부 공무원들의 쇄신을 요구하는 의미”라며 “시의회사무처는 단순한 보좌기구가 아니라 시의회 운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본질적 조직이라는 사명감으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서울시와의 인사 교류가 단절된 데 대해 “인사권 독립을 마냥 좋아만 할 것이 아니다”라며 “직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김 의장은 “의회가 집행기관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도 하지만 때로는 인사교류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은 업무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마땅히 권장돼야 할 사항”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김 의장은 “서울시의회는 전국에서 제일 큰 규모로 사무처 직원 정원이 420명인 반면 서울시청 공무원은 2만 명”이라며 “무엇보다 시청직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년이 보장되지만 의회는 절반이 2년 임기의 계약직으로 자칫하면 퇴직해야 하는 불안정성 때문에 정상적 가동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의회 내 일반적 공무원 TO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보는데 이 역시 의회바로세우기 일환으로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의장은 “인사권 독립을 전제하되 필요에 따라 서울시와의 인사교류를 허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를 위해 오세훈 시장을 만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현행 시의회 보좌관 제도에 대해서도 보완을 요구하는 일성으로 해결사를 자처했다.
그는 “금년 9월 중순부터 의원 3명 당 1명의 보좌관이 지원되고 내년 1월부터는 의원 2명당 1명 보좌관을 둘 수 있게 됐다”면서도 “행정안전부에서 보좌관 1명이 의원 2명 업무를 보좌하라고 정원을 묶어놨는데 현실적 대안이 되기엔 태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 생각엔 최소한 시의원 1인당 보좌관 1명이 타당하다”며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장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 보려한다”고 피력했다.
김현기, 그는...
서울시의회에 이어 대한민국시도의장협의회 수장으로 등극한 4선 관록의 내공은 역시 대단했다. 겸손함이 몸에 밴 대화와 소박한 미소뿐인데 상대를 압도하는 기가 범상치 않다.
특히 밤낮 없이 지역구 관리에 쏟은 의회주의자의 승부 근성이 놀랍다.
‘민원이 발생하면 현장을 직접 찾아가 세밀히 듣고 답을 가려낸다‘는 성실한 현장주의자의자의 오랜 이력이 빛을 발한 결과라는 생각이다.
실제 그는 시의원으로 달려온 지난 12년 동안 단 한 차례의 휴가는 물론 개인적인 저녁 약속도 일체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로지 저녁마다 개최되는 동별 회의에 참석해야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이런 그에게 지역주민들도 지난 지방 선거 당시 여야 가리지 않고 충성도 높은 표심으로 화답했다. 민주당 골수 지지층조차 표를 던졌는데 지극정성 그들과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기 위해 지극정성 애쓴 그의 진심이 통한 결과다.
무엇보다 될 수 있으면 타인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자급자족하고자 하는 자립정신이 돋보인다.
대표적으로 직접 글을 올리고 후배 의원들을 찾아가 일일이 댓글을 다는 식의 페이스북 운영 상황은 성실함만으로도 가히 군계일학이다.
지역구에 국한됐던 그의 마당발이 이제 서울시 전역을 대상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동분서주하는 동선이 일일이 현장 중계되고 있으니 한 번쯤 찾아보고 응원의 메시지라도 남기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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