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거버넌스] 경남 합천군, '세계유산 등재' 옥전고분군 가치 재조명
세계가 인정한 한반도의 고대 문명··· 잠들어있던 '가야' 역사가 깨어난다
귀걸이·고리자루큰칼 등 보물급 유물 잇따라 출토
말머리가리개도 다수··· 日 임나일본부설 근거 잃어
한·중·일 역사서 기록됐던 '다라국' 지배묘역 추정
이영수 기자
lys@siminilbo.co.kr | 2023-10-15 10:33:29
[합천=이영수 기자]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 된 가야고분군은 한반도 남부지역에 1세기부터 6세기까지 존속했던 가야의 성립과 발전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증거다.
신분을 상징하는 유물도 많이 출토됐다. 23호분에서는 맨 윗부분에 금동봉이 있어 국내에는 그 예가 없는 희귀한 자료로 평가되는 금동관모(金銅冠帽)가 출토됐고, 용이나 봉황문양으로 장식한 고리자루큰칼은 35호분과 M3, M4, M6호분에서 출토됐다. 이러한 유형의 고리자루큰칼은 장식의 화려함과 독특함 때문에 주목을 받아온 자료인데, 학술 발굴조사에서 이처럼 많이 발견 된 경우는 우리나라 발굴 역사상 처음 있는 사례였다. 특히 M3호분에서는 용봉문양 2점, 봉황문양 1점, 용문장식 1점 등 장식 고리자루큰칼 4자루가 함께 부장된 것을 확인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최고 지배자급 무덤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것으로 이를 인정받아 2019년 12월 보물 제2042호로 지정됐다. 옥전고분군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철제품들이 출토됐는데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종류는 무기와 갑옷, 말갖춤들이다. 특히 말머리가리개는 부산 동래 복천동 10호분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이래 여러 고분에서 출토됐는데, 옥전고분군에서는 이 말머리가리개가 무려 6점이나 출토됐다. 일본의 경우 오타니고분과 쇼군야마고분, 후나바루 고분군의 출토품 3점 정도가 전부인데, 이처럼 단일고분군에서 6점이나 발견되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이 유적의 중요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옥전고분군에서 출토된 말머리가리개는 일본의 것보다 시기적으로 빠르고 수량도 휠씬 많아 당시 우위의 무장력을 갖춘 일본이 가야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에서도 그 근거를 잃게 됐다. 옥전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 가운데는 여러 지역과 연계된 유물들도 있다. M3호분에서 출토된 금동장식 투구는 고구려 계통의 유물이며, 용봉문양고리자루큰칼과 말 안장틀의 거북등무늬는 백제 또는 중국의 남조(南朝)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또 M1호분에서 출토된 유리잔과 편원어미형말띠드리개[扁圓魚尾形杏葉], 금동제허리띠, 창녕식토기, M6호분에서 출토된 출자형(出字形) 금동관은 창녕, 신라와의 교류를 통해 얻어진 산물이다. 또 M11호분에서 출토된 금제귀걸이와 나무널에 붙이는 연화문장식, 널못 등도 백제 계통의 유물이다. ■ ‘다라’ 명칭 한중일 역사서에 공통적으로 사용 ‘다라’라는 명칭은 현재 옥전고분군 동쪽에 위치한 ‘쌍책면 다라리’라는 지명으로도 전해지고 있으며 역사서에도 기록돼 있는 나라 이름이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외교문서인 양직공도(6세기)와 일본서기(8세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양직공도는 530년대 중국 양나라에 조공 온 외국사절을 묘사한 그림으로 다라라는 국명이 확인되고 있다. 일본서기는 백제본기 등 백제 삼서를 인용하고 있어 한국고대사 관련 내용이 많으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에 기록된 내용과 부합되는 것도 많아 학계에서는 비교분석과 사료비판을 통해 삼국시대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북한의 가야사연구자인 조희승도 그의 저서(북한학계의 가야사 연구)에 6가야 외에도 가야지명이 있을 수 있으며, 합천 일대에 다라국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일본열도의 다라와 관련된 지명도 다라사람들의 일본 진출 및 정착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밀양박씨 관련 문건에서도 ‘다라’라는 지역명을 발견할 수 있어 지속적으로 사용된 지명임을 알 수 있으며, 무엇보다 옥전고분군에 출토된 많은 양의 비늘갑옷, 투구, 말투구, 말갑옷 등 고고학자료들을 통해 이 고분군을 다라국의 지배묘역으로 추정하고 있다. 옥전고분군은 최고 수장급의 고분에서 발견되는 유물을 거의 모두 포함하고 있는 가야 최고 지배자의 무덤으로, 용봉문양 고리자루큰칼이나 철제갑옷, 금동장 투구, 말머리가리개에서 가야문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고분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적으로 평가되며, 합천지역의 고대 역사와 문화를 증명하는 유산으로서 그 가치가 있다. 또한 이러한 유물은 고구려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삼국시대의 정치적 환경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세계유산도시협의회 회장인 김윤철 경남 합천군수는 “10여년의 부단한 노력 끝에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축하하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힘써 준 여러 관계자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 “옥전고분군을 비롯한 가야고분군의 우수한 역사와 세계유산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최선 다하겠으며 이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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