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과대망상’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08-27 10:57:02
오는 28일로 취임 1년을 맞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 비대위 구성’ 전망에 대해 "78%라고 하는 압도적 지지로 당 대표가 됐고 지금도 지지는 유지되는 정도를 넘어 더 강화되고 있다"라며 "(비대위 구성은) 전망이 아니라 기대"라고 일축했다.
자신에 대한 지지도가 더욱 강화되어 지금은 78%를 넘을 것이고, 그래서 9월에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설사 구속된다고 해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친명계 일각에서 ‘옥중공천’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는 걸 보면, 이 대표는 정말 그렇게 믿는 모양이다.
이쯤 되면 ‘과대망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 대표 취임 이후 잊을 만하면 검찰 소환장이 날아들었고, 여권의 '방탄 정당'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이에 따른 당내 계파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지난 2월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무더기 이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음에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면 가결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급기야 당내에선 '이재명 사퇴론'까지 터져 나왔다. 이원욱 의원과 이상민 의원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상민 의원은 지난 25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이재명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거취를 결정할 의원들이 있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물러나야 분당도 막을 수 있다”라고 했다.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도 싸늘하다.
이 대표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둘째 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31%였던 당 지지율은, 약 1년 만인 지난 14∼16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23%로 ‘폭삭’ 내려앉았다.
특히 내년 국회의원 선거의 최대 승부처는 수도권 선거라고 하는데 서울에서 국민의힘 32%, 민주당은 21%로 나타났다. 인천 경기에서도 국민의힘 33%, 민주당 23%로 집계됐다.
양당 지지율 격차가 수도권에서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진 것이다.
사실 이재명 대표는 이미 리더십을 상실했다.
자신의 사법리스크 문제가 아니라도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코인 논란', '김은경 혁신위 논란' 등 거듭된 악재에 신속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대표 체제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었는데 제대로 대응한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대표가 지난 6월 혁신기구를 출범시켜 반전을 노렸지만,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 등 잇단 구설로 혁신 동력은 조기 상실됐고, 혁신위가 서둘러 내놓은 대의원제 무력화와 현역 공천 페널티 강화를 골자로 한 혁신안은 또 다른 갈등의 뇌관을 제공했을 뿐이다.
실제로 오는 28, 29일 예정된 의원 워크숍에서는 혁신안 수용 여부를 두고 친명·비명계 간 격돌이 예상된다. 혁신안을 수용하면 비명계의 강한 저항으로 내홍에 빠질 수밖에 없고, 자신이 만든 혁신위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리더십에 상처가 난다는 점에서 진퇴양난인 셈이다.
검찰이 9월 정기국회 중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은 특히 이재명 대표에게는 치명타다.
2차 체포동의안 표결이 불가피해지면서 민주당은 또다시 '방탄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고, 표결 전략을 둘러싼 당내 갈등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자진해서 물러나지 않는 한 비대위를 구성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비대위 구성은 당헌-당규상 지도부 과반 사퇴나 대표의 잔여임기가 8개월 미만일 때 가능한데, 지도부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친명계가 사퇴할 리 만무하다. 그들은 당이 망하든 말든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그래야만 이재명 대표가 ‘옥중공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결과적으로 민주당을 망하게 한다는 걸 그들은 정녕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고도 자신의 공천을 위해 그러는 걸까?
뭐 특별나게 잘 한 것도 없는 여당이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승리한다면 그건 온전히 이재명과 그를 추종하는 자들 탓이란 걸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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