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김종인 ‘상왕론’ 시대정신에 맞나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11-21 11:06:42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쇄신에 나선 가운데 뜬금없이 이해찬 전 대표가 ‘구원투수’로 떠오른 모양새다.


국민의힘에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원톱’ 선대위가 구성되는 만큼 민주당도 중량급 인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올드’한 이미지의 이해찬-김종인 두 정치인이 ‘상왕’이 되는 선대위가 과연 시대정신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후보는 지난 17일 이 전 대표와 단독 회동해 최근 선거 상황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되고 당 안팎에서 선대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회동에 관심이 집중됐다.


애초 민주당은 소속 의원 163명이 모두 참여하는 매머드급 선대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민주당 선대위는 몸집만 컸지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머릿수는 많은데 컨트롤타워가 없어 이슈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는 이 전 대표가 선대위 '키'를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연륜이 풍부한 이 전 대표만이 선대위 기강을 잡고,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청래 의원은 지난 1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김종인 이름이 많이 왔다갔다한다”며 “그러면 민주당에도 그런 그립(장악력)이 센 인물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는 것으로 이 전 대표 등판론에 힘을 실었다.


윤건영 의원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당이 가진 훌륭한 자산을 총결집해보자는 취지로 이해한다"며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그 부분은 선대위와 후보가 판단할 영역"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의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대선 때는 다 누구나 중도 확장을 하려고 하는데 이해찬 전 대표가 중도 확장은 별로 주특기가 아니잖나"라며 "전면에 나설 게 뭐 있나"고 잘라 말했다.


박용진 의원 역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박 의원은 "이재명 후보 중심이 분명히 서야 한다"며 "다른 누군가가 진두지휘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상호 의원은 이 전 대표의 등판 가능성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새로운 진영을 짜는 게 새로운 시대정신, 새로운 대선에 맞지 않겠는가"라며 "저도 김종인 위원장을 모셔본 사람 입장이지만 지금 윤석열 캠프에서 김종인 위원장을 소환하는 게 시대정신에 맞는건가"라고 물었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선대위에서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원톱'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여야 두 후보 모두 여의도 정치 경험이 일천한 '합계 0선'이라는 점에서 이 전 대표와 김 전 비대위원장 간 대리전 구도가 성사되면 양 진영 간의 '상왕(上王)' 논쟁도 격화하는 조짐이다.


민주당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접촉을 두고 "결재판을 가지고 갔지만, 반려 당하고 상왕의 심기까지 건드린 것"이라며 "시작부터 삐걱삐걱, 고장 난 수레가 요란하기만 하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은 "비상이 걸리니까 이해찬 전 대표를 이제 모셔온다는 건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을 지금 갑자기 중간에 단추 끼우려고 하는 이게 안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김종인 ‘원톱’ 체제를 ‘상왕’이라며 비판하고 국민의힘은 이해찬 구원투수론을 비난하는 등 서로 공세를 취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면밀하게 자신들을 되돌아보라.


지금 너무나도 올드한 이해찬-김종인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쇄신’을 말하는 게 과연 정상인가.
선대위를 구성하는데 이재명은 왜 이해찬을 만나 자문을 구하고, 윤석열은 김종인의 재가를 받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이는가.


그들이 이재명과 윤석열의 상왕이라도 되는가.


대통령이 되면, 국정 운영을 하는데 그들의 도움을 받고 하려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후보가 중심이 되는 모습을 보여라. 선대위 구성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인적자원을 구성하고 또 국정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지 가늠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조차 독자적으로 하지 못하는 후보라면 대통령 될 자격이 없다.


경고거니와 이해찬-김종인 ‘상왕 선대위’ 구성은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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