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공정선거 위한 '공인탐정 제도화' 서둘러야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6-04-05 11:07:36
오는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투표일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시·도지사부터 기초의회의원까지 총 4,000여 명의 공직자를 뽑는 대규모 선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미 전국 261개 경찰서에 수사전담팀을 설치하고 2,096명을 투입하여 허위사실 유포, 금품수수, 공무원 선거 관여, 불법 단체동원, 선거폭력 등 5대 선거범죄 단속에 돌입했다. 서울경찰청도 선거사범 수사상황실을 개소하여 6월 4일까지 24시간 가동 체제에 들어갔다.
그런데 2026년의 선거판은 과거와 결이 다르다. 딥페이크 기술이 후보자의 얼굴과 목소리를 정교하게 복제하고, AI가 만든 가짜 뉴스가 소셜미디어를 타고 수만 건씩 퍼진다. 가상 인물 계정이 댓글과 커뮤니티를 장악하여 여론을 교란하고, 암호화 메신저로 주고받는 금품 거래는 추적 자체가 난관이다. 선거범죄가 디지털 무기로 무장한 시대, 공정선거를 수호하는 일을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의 어깨에만 올려놓을 수 있는 무게인가?
선거관리위원회의 단속 인력은 유한하고, 4,000여 개 선거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유튜브 영상, 틱톡 숏폼, 카카오톡 단체방 메시지를 일일이 감시하기란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와 다름없다. 디지털 증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삭제·변조되어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십상이다. 현장에서는 부정행위 제보가 접수되어도 확인할 인력이 부족하여 초동 대응이 지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언론과 시민사회의 감시 밀도가 상대적으로 취약해지기 쉽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부정행위까지 촘촘하게 포착하기란 현실적으로 국가 기관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소방관이 모든 건물에 상주할 수 없기에 건물마다 자체 방화관리자를 두는 것처럼, 선거의 공정성도 민간의 전문 역량이 보완하는 구조로 진화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개념이 ‘선거공익탐정’이다. 공직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선거 부정행위의 징후를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확보한 정보를 선관위 또는 수사기관에 공익신고하는 민간 전문조사원이다. 특정 후보나 정당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오직 선거 질서의 투명성이라는 공익만을 위해 활동한다는 점에서 정치 컨설턴트나 사설 조사원과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선거공익탐정이 담당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은 명확하다. 첫째, 금품·향응 제공 등 전통적 매수행위의 현장 확인과 증거 확보다. 선관위가 운용하는 부정행위 신고자 포상금 제도(최고 5억 원)와 연계되면, 전문 탐정의 조사가 실질적 단속 성과로 직결될 수 있다. 둘째, 딥페이크 영상이나 AI 생성 허위정보의 진위 판별과 유포 경로 추적이다. 사이버 공간의 선거범죄는 디지털 포렌식 역량 없이는 꼬리조차 잡기 어렵다. 셋째, 공무원의 선거 개입이나 조직적 동원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다. 넷째, 후보자 경력·재산·공약의 진정성에 대한 팩트체크 조사 서비스다.
축구에서 심판이 놓친 반칙을 VAR(비디오 판독)이 잡아내듯, 공권력의 감시망을 빠져나간 부정을 탐정의 전문 역량이 보완하는 구조다. 선거범죄의 수법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그 수법을 분석하도록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전문가다.
필자가 학과장으로 있는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공익탐정론’, ‘사이버탐정론’, ‘디지털포렌식’ 등의 정규 교과목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조사 전문가를 배출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탐정학 학사학위 과정으로서, 선거 감시 역량을 포함한 공익 분야의 전문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K-탐정공익진흥원 및 탐정학과 총동문회와 공동으로 ‘공정선거 수호를 위한 탐정의 역할과 책임’ 특강을 개최하여, 선거공익탐정의 활동 방안과 법적 쟁점을 폭넓게 논의한 바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탐정이 선거 과정에 참여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미국에서는 선거 시즌마다 탐정 사무소가 후보자의 경력·재산·과거 발언을 합법적으로 추적하는 ‘오포지션 리서치(opposition research)’를 수행하며, 이는 유권자의 알 권리를 실현하는 민주적 장치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테러·인신매매·마약 범죄 등 연방 차원의 중범죄에 대해 탐정에게 신고 의무까지 부여하고 있을 정도로, 탐정을 공적 안전의 파트너로 대우한다.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주요국에서도 면허를 갖춘 공인탐정이 선거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투명성 유지에 기여하는 제도를 오래전부터 운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탐정은 국가가 미처 비추지 못하는 곳을 밝히는 존재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아직 탐정의 업무 범위와 자격을 규율하는 법률이 없다. 2020년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탐정’이라는 간판을 걸 수는 있게 되었으나,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은 여전히 백지 상태다. 간판은 허용했으나 도로 표지판은 세우지 않은 격이다. 1999년 이래 국회에 13차례 넘게 관련 법안이 상정되었지만, 부처 간 관할 다툼과 일부 직역 단체의 반발에 막혀 매번 회기 만료와 함께 폐기되었다.
더욱 모순적인 것은, 1996년 OECD 가입과 함께 민간경비업과 탐정업이 외국에 개방되어 해외 탐정 회사는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반면, 우리 업체는 제도적 근거가 없어 경쟁에서 배제되는 불균형이 30년째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거공익탐정이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하려면, 탐정의 자격 요건·조사 권한·윤리 기준을 명시한 법률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법적 근거 없이 활동하는 탐정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도, 조사 결과의 증거능력을 담보할 수도 없다. 제22대 국회에 계류 중인 탐정업법안은 물론,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공인탐정법안까지 조속히 상정되어 더 이상의 지체 없이 입법으로 결론지어야 한다.
법조 분야에서 판사·검사·변호사가 삼각 축을 이루며 사법 정의를 실현하듯, 치안 현장에서도 경찰·민간조사(탐정)·민간경비가 각기 다른 역할로 하나의 안전망을 짜야 비로소 공권력의 사각지대가 메워진다. 탐정의 정밀한 관찰력과 체계적 분석이 국가 법질서의 빈틈을 보완할 수 있다면, 이는 단순한 민간 서비스의 확장이 아니라 공공 안전의 질적 도약이다.
6·3 지방선거는 우리 지역의 내일을 결정짓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이다.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의회의원까지, 우리 삶에 가장 가까운 공직자를 뽑는 자리이기에 공정성의 무게는 그 어떤 선거 못지않다. 유권자의 한 표가 왜곡 없이 반영되기 위해서는, 투표함 앞에 줄 서는 시민만큼이나 투표함 뒤에서 부정을 감시하는 전문가의 눈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 국가라는 정원사 혼자서 잡초를 모두 뽑아낼 수는 없다. 선관위·경찰·공인탐정이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협력하는 선거 감시 체계가 갖추어진다면, 대한민국 선거의 투명성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27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공인탐정업법에 더 이상 ‘다음 회기’라는 유예를 허락해서는 안 된다. 유권자가 안심하고 한 표를 던질 수 있는 선거판을 만드는 것, 그것은 국가와 시민 모두의 책임이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학과장 ▲경찰학박사, 美경영학박사 ▲경찰청 총경 퇴임 ▲前대통령실 행정관 ▲K-탐정연구소장 및 K-탐정단장 ▲공인탐정법 등 민간조사업 관련 논문·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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