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윤석열 16일 회동 무산... 신구 간 권력 갈등 시작?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2-03-16 11:15:21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16일로 예고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간 청와대 오찬 회동이 전격 무산되면서 윤석열 당선인의 민정수석실 폐지,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기관 임원 인사권,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면 문제 등을 놓고 신구 권력이 갈등을 빚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특히 앞으로의 정부 인수인계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회동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실무 차원에서의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 역시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오늘 회동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일정을 미루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정권 '민정수석실'을 이른 바 '조국 사태 산실'이라고 날을 세워왔던 윤석열 당선인은 민정수석실 제도 폐지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청와대와 여권의 반발을 샀다.
윤 당선인은 이미 민정수석실 폐지의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윤 당선인은 첫 출근일인 지난 14일 인수위 지도부와 만나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 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악역을 맡아 지방권력 감찰을 해달라"고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 힘을 실었던 문재인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처신을 보여준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저는 합법을 가장해 정치적 반대세력을 숙청하고 사찰해 온 문재인 정권 민정수석실의 흑역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구중궁궐 청와대 내 깊숙한 곳에서 벌여온 온갖 음모와 조작의 산실 민정수석실은 반드시 청산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는 건 사정·정보조사기능을 없애겠다는 건데 그러면 반부패비서관실을 없애면 된다"며 "목욕물 버리려다가 애까지 버리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정이란 게 민심을 파악하고, 고위공직자 검증, 법률보좌 기능을 하는 건데 그런 기능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반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당선인 측은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청와대는 임기 내 인사권 행사는 당연하다며 강행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임기가 있는 사람들을 그냥 내쫓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면서도 “그러나 소위 정치적으로 임명된 직원들 같은 경우는 스스로 거취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 부위원장은 전날 밤 MBN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인사들을 직접 겨냥해 “스스로 거취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면서 이 같이 지적했다.
특히 ‘정권이 바뀌기 전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권한이 아니냐’는 지적에 “형식적인 인사권은 당연히 현재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과 그 정부에 있다"면서도 "그런데 그 인사가 일을 하게 되는 건 대부분이 새 정부하고 하게 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치는 정부와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잘 협의를 해서 권한은 현재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권한을 빌리되 내용은 새 정부의 의중을 충분히 담는 인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대변인도 "문재인 정부에서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에는 저희와 함께 협의를 진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요청을 한 상태“라고 밝혔다. 새 정부와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가 공공기관에 배치돼야 한다는 건데 사실상, 임기 말 공공기관장 임명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공기업 인사에 대해 협의 요청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면서 분명한 건 5월 9일까지는 문재인 정부 임기이고, 임기 내에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 인선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MB와 김명수 전 지사 사면 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부각돼 있는 상태다.
권 부위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께서 사면을 해주시고 나가시는 게 좋겠다”면서도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과 같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에는 “별개 문제”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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