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죽음 앞에 책임지라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12-22 11:16:08

  주필 고하승



또 한 사람이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무자인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성남도시개발공사 내에서 ‘넘버2’로 불리던 유한기 전 본부장에 이어 '넘버3‘로 불리던 김 처장까지 죽음의 행렬이 이어진 것이다.


만일 자살 약 소동을 일으킨 ’넘버1‘ 유동규 전 본부장이 구속되지 않았다면, 죽음의 행렬은 더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이게 누구의 책임인가.


스스로 대장동 개발의 설계자라고 밝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다. 그는 대장동 개발을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자화자찬까지 했다.


그러나 설계가 얼마나 잘못되었으면, 이처럼 여러 사람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불행한 죽음을 맞이하는지 이재명 후보에게 묻고 싶다.


그런데도 그는 뻔뻔하게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 죽음 앞에 겸손한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에 분노한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22일 "대통령이 뭐라고 하늘 같은 사람 목숨이 둘씩이나 희생돼야 하나"라며 "대선 후보로서 행동을 멈추고, 죽음 앞에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나라를 바르게 하고, 사람들 살만한 사회 만드는 게 대통령이 하는 일인데 오히려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고,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대장동 사업의 진상을 밝혀줄 핵심 증인들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불상사가 이어지는 데도,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라는 이재명 후보는 법적 검증을 회피하고 있다"라며 "이 사태에 대해 이 후보의 책임이 없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런데도 이재명 후보는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문제다.


사람이 먼저라고 했는데, 사람이 죽어가는 데도 아무 말이 없다.


문 대통령은 여영국 대표의 지적처럼 진실을 밝혀 사법 정의를 지켜야 할 검찰의 무능과 직무유기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검찰사무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 장관을 지휘·감독하는 사람은 바로 대통령 아닌가.


실제로 대장동 검찰 수사는 윗선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주변만 빙빙 도는 와중에 결국 안타까운 죽음만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이재명 후보의 핵심 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은 아예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윗선 꼬리 자르기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숨진 김 처장 친형은 “동생(김문기 처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한 것 같다. 동생은 금전적인 문제도 없다”라며 “이 회사에서 유일하게 내 동생을 고소했다는 것은 몸통은 놔두고 꼬리를 자르려고 한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김 처장의 친동생도 “윗사람은 하나도 없고 혼자 남은 형, 김 처장만을 고소했다. 형은 그것에 너무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꼬리 자르기라는 의심은 전날 대장동 게이트 핵심 5인방 중 한 명인 정민용 변호사를 불구속기소 하는 것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달 22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특경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김씨, 남 변호사, 정 영학 회계사 등을 특경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하면서도 정작 공사 내부자인 정 변호사만 제외한 데 대해 “배임·뇌물 혐의와 관련해 아직 더 규명할 게 남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이재명 후보에 직보했다는 의혹 등 ‘윗선’ 수사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검찰 수사는 그 단계까지 나가지 않고 그냥 정 변호사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개발 특혜 의혹 수사가 ‘윗선’을 규명하지 못한 채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래선 안 된다.


대통령이 뭐라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집권당 후보 때문에 이처럼 안타까운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는데도 ‘몸통’을 보호하기 위해 ‘꼬리 자르기’를 한단 말인가.


이제는 검찰 수사를 못 믿겠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대장동 의혹 수사가 무력화되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특검을 결단하라.


안타까운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서라도 특검은 반드시 해야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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