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안연대’에 나경원도 가세?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01-03 11:22:13
국민의힘 전당 대회를 앞두고 영남권을 기반으로 하는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에 맞서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윤안(윤상현-안철수)연대’가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주자들은 아예 존재감을 찾기 어렵게 됐다. 결국, 김장연대와 윤안연대가 진검승부를 펼치게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양측이 서로 견제구를 날리며 날 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당권 경쟁자인 윤상현 의원이 당 대표 수도권 출마 공동선언을 제안한 데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미 저는 내년 총선은 수도권에서 성패가 좌우된다고 말씀드렸다"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앞서 윤 의원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당 지도부든 원내 지도부든 모두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수도권 의원"이라면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에게 수도권 출마를 공동선언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윤 의원은 "다음 총선은 한 마디로 수도권 대격전"이라며 "정치는 말이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수도권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말로만 얘기하는 건 어떤 명분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장연대’의 한 축인 김기현 의원은 “참 한가한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국회의원 선거를 거치지 않으면 국회에서 아무 일도 못 하는 상황인데 지금 그런 거 갖고 소소하게 따질 때인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금 수도권 출마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고 총선을 이기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뭐든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기현 의원의 말은 당원들이 느끼는 감정과는 괴리감이 있다.
그런데 당 지도부가 영남권에 치우치다 보면 수도권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주호영 원내대표가 영남권 출신인데 김기현 의원마저 당 대표가 되면 ‘투톱’이 모두 영남권 출신으로 ‘영남정당’으로 낙인 찍힐 수도 있다. 게다가 김장연대의 한 축인 장제원 의원은 김기현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사무총장이 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한 마당이다.
그렇게 되면 무슨 수로 수도권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겠는가.
오는 5일 윤상현 의원이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그 자리에는 안철수 의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사실상 ‘윤안연대’가 공식화하는 셈이다.
그 파괴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김장연대를 통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김기현 의원을 위협하는 무서운 세력으로 급부상할 것이다.
여기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당 대표 출마가 어렵게 된 나경원 전 의원이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
김기현 의원은 나 부위원장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여러 차례 대화도 나누고 있고, 간접적으로 교감을 계속 주고받고 있다”라며 “본인이 최종 선택을 앞둔 시점이어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힘을 실어 줄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나경원 전 의원은 3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윤상현 의원이 주장하는 ‘수도권 당대표론’에 대해 "총선 승리의 최대 승부처가 아무래도 수도권에서 이기는 정당이 1등 정당이 되지 않겠나. 수도권 민심을 잘 알아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라며 오히려 ‘윤안연대’에 힘을 실었다.
그는 ‘김장연대’에 대해선 "초기에 ‘윤심 팔이’가 좀 횡행했고, 연대 얘기가 나오면서 ‘김장연대’니 또 무슨 관저 만찬이니 이런 여러 얘기가 있었다"라며 "‘윤심’을 당연히 존중해야 하는데, 대통령께서 ‘누구 당대표 시키고 싶다’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전 의원이 불출마를 공식선언하면서 ‘윤안연대’에 힘을 싣는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전당 대회는 게임 아웃이다. 국민의힘이 영남 지역당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하느냐의 여부는 이번 전대 결과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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