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신뢰 추락…왜?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2-09 11:25:17

  주필 고하승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편향된 재판 절차와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판결들이 잇따른 결과다.


실제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벼랑 끝에서 구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은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은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 이재선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그런데도 그는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였던 김영환에 의해 허위사실유포 죄로 고소당했다. 이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그 논리가 너무나 황당하고,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인해 사건 이후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을 남겼다.


당시 재판관이었던 권순일은 이재명의 무죄 판결에 힘을 실어줬다. 이때 권순일이 화천대유천화동인 측의 부탁을 받아 본 판결에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법원 연구관들의 무죄취지 보고서도 평소와 다른 밀실 보고서였다는 점에서 해당 대법 판결이 화천대유를 연결고리로 이재명과 재판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논란이 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재판을 무려 2년 넘게 지연시킨 것도 이상하다. 공직선거법은 1심의 경우 6개월 안에 끝내도록 하는 강제규정이 있음에도 법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판을 ‘질질’ 끌어왔다.


항소심의 경우 3개월 안에 마치도록 하는 강제규정이 있지만. 이재명 대표는 이마저 지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 방법도 너무나 치졸하다.


고의적인 변호인 미선임, 송달 지연, 무더기 증거신청 등으로도 모자라 급기야 이미 헌재와 대법원에서 수차례 합헌 결정이 내려진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라는 방식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법원이 직권으로 혹은 소송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들여 법원에서 재판 중인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위헌인지 아닌지 심판해 줄 것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하는 것이다.

 

만일 법원이 이 대표 측 신청을 받아들이면 헌재에서 결론이 나올 때까지 재판은 미뤄진다.


여권으로부터 재판 지연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것은 정당한 방어권 행사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민주당 이건태 법률대변인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헌법률을 걸러내는 것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며 “정당한 방어권 행사”라고 했다.


특히 그는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을 1심 6개월, 2심 3개월 안에 재판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다”라며 “충분한 심리도 없이 시한에 쫓겨 재판을 종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라고도 했다.


가관이다.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이미 1심에서 2년 이상 끌어온 사건이다. 더 시간을 끌 이유 없이 당장 선고를 내려도 이상할 게 없는 아주 간단한 사건이다. 그런데도 충분한 심리 없이 시한에 쫓겨 재판을 종결하면 안 된다면서 그보다 더 복잡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은 번갯불에 콩 볶듯 그토록 몰아치는 건 ‘내로남불’ 아니겠는가.


이재명 대표에겐 방어권이 필요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겐 그런 방어권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인가.


민주당이야 그렇다고 해도 사법부마저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자꾸 이상한 결론을 내린다면 국민의 분노가 민주당에서 사법부로 향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지금 전국 곳곳에서 들끓는 ‘탄핵반대’의 목소리는 입법부를 장악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분노의 표출이자 동시에 편향적인 사법부를 향한 경고임을 잊어선 안 된다.


영장 쇼핑 논란에도 체포영장을 내준 서부지법 영장판사와 같은 사람들이 사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대한민국 사법체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 대가는 사법부가 오롯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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