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안철수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2-03-01 11:31:07

  주필 고하승



일방적으로 야권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가 역시 일방적으로 제안을 철회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안철수 지지’를 공식 선언했던 주요 인사들마저 1일 지지 철회를 선언하는 등 급격히 세(勢)가 위축되는 모양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동반 상승했으나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날 나왔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달 25~27일 실시한 정례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45.4%, 이재명 후보는 42.3%로 나타났다.


지난주 조사와 비교해 윤 후보의 지지율은 0.1%p 오르고, 이 후보의 지지율은 1.5%p 올랐다. 반면 양강 후보를 향해 지지세가 결집하면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전주의 6.0%에서 5.5%로 0.5%p나 떨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지지율은 2.1%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국민의당 지지율(9.0%)보다도 낮다. 후보 경쟁력이 정당 경쟁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딱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측한 응답자는 2.2%에 그쳤다.


국민의당 지지자 중에서도 안철수 후보의 당선을 예측한 비율은 7.4%에 불과했다. 반면 국민의당 지지자의 65.8%는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으며,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예측한 비율은 21.5%였다. (이 조사의 전체 응답률은 9.0%로 최종 3004명이 응답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8%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통상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의 경우 실제 득표율은 지지율보다도 낮게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 후보는 지금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안 후보의 지지를 공식 선언했던 주요 인사들마저 그의 곁을 떠났다.


이날 오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와 이용구 전 중앙대 총장, 김준용 국민노조 사무총장, 임삼진 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등은 여의도 카페 ‘하우스’에서 안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정권교체는 시대적 사명”이라며 “단일화가 결렬된 이상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정권교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라고 지지 철회 이유를 밝혔다.


이어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단일화를 해야 하는데, 안철수 후보가 대선 완주를 선언함으로써 시대적 사명을 저버렸다”라며 “안 후보가 주장하는 국민경선은 결코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사명에 우선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후보를 향해 “정권교체를 애타게 기다려온 국민의 간절함을 외면한다면 안철수 후보의 정치적 소신은 아집과 불통으로 전락할 것”이라 경고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에 안철수 관련주로 분류되는 안랩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관련주들이 내리막으로 치닫고 있다.


안랩은 정보보안솔루션, 컨설팅, 관제 등 보안 기술과 서비스를 자체 역량으로 제공하는 국내 유일 통합보안업체다. 안철수 후보가 1995년 창업해 2001년 코스닥에 상장됐다. 현재 안 후보가 최대주주로 안랩 지분 18.6%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28일 오후 12시10분 기준 안랩 주가는 전날보다 6.40%(4400원) 떨어진 6만4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안철수 후보에게 힘이 될만한 소식이 나오기는커녕 맥빠지는 소식만 나오는 딱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득표율 5%를 넘기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게 되는 셈이다. 선거에 사용된 비용 역시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그걸 알고 선거비용을 많이 지출하지 않았다고 해도 결코 적은 비용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가 가진 재산이 많아서 그 정도의 비용 지출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안 후보가 얻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다.


다당제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라면 뭔가 어색하다.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과 합당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며, 이번에도 먼저 윤석열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다. ‘합당’과 ‘후보 단일화’는 다당제와는 반대되는 길 아닌가.


이처럼 본인의 유불리에 따라 때로는 양당제를 추구하고, 때로는 다당제를 주장하는 태도는 정치인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그래서 묻는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목적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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