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청래 ‘암투’ 신호탄?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8-31 11:33:47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개혁과 관련한 합리적 대안 도출을 위해 공개 토론을 제안했으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추석 전에 끝내야 한다”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충돌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검찰개혁은 '일종의 보여주기식'은 안 된다"며 "중요 쟁점에 대해선 대책과 해법 마련을 위해 국민 앞에서 합리적으로 논쟁하고 토론하라"고 지시했다.
심지어 이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토론을 주재할 수도 있다고까지 말했다.
이는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진행한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와 유사한 방식이다. 검찰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보이는 동시에 민주당의 개혁안에 대한 현장 우려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정청래 대표가 자신의 속도조절 주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이자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 대통령은 아예 노골적으로 "강자가 너무 세면 여론이 나빠진다"라는 발언으로 정청래 대표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검찰개혁은 폭풍처럼, 전광석화처럼 해치우자"라며 신속한 입법 처리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정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혁은 자전거 페달과 같다. 자전거 페달을 밟지 않으면 자전거는 쓰러진다. 개혁은 일신우일신하는 거다. 어제의 개혁과제를 어제 처리하지 못하면 오늘이 문제가 되고, 오늘의 개혁과제를 오늘 처리하지 못하면 내일이 문제가 된다. 일종의 개혁의 동맥경화증의 부작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개혁의 시기를 놓치면 반드시 반개혁의 저항이 제2의 밀물처럼 밀려온다. 실망한 지지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래서 내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해치우자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석 전에 끝내자. 아니 끝내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개혁에 제동 거는 이 대통령에 집권 여당 대표가 속도전을 강조하며 맞서는 형국이다.
통상 현재 권력이 힘이 있을 때는 미래 권력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행보를 자제하지만, 대통령 수행 지지도가 50%대 이하로 떨어지면 오히려 대통령 주변 인사들도 미래 권력에 힘을 실어주는 이른바 조기 레임덕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미 그런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정권에서 혜택을 받아 지검장으로 승진한 임은정 검사가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 앞에서 대놓고 공세를 퍼부은 것은 그 단적인 사례다.
그것도 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검찰개혁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한 것에 대한 공격이었다.
눈치 빠른 김용민 의원도 발 빠르게 정청래 편에 섰다.
검찰개혁 강경파인 김 의원이 이 대통령의 속도 조절론에 반대하며 정청래와 같은 편에 선 것.
이런 현상이 이 대통령으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야당 대표 시절에는 자신의 재판 문제 때문에 검찰개혁이 절실했지만, 대통령에 당선되어 재판 중단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걸 정청래 대표가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척하고 속도전을 펼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정성호 장관은 지난 28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입법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권력의 최측근이 미래 권력 앞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것은 조기 레임덕이 벌써 시작됐다는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태에서 이재명 정권이 과연 5년의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린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한동훈이었듯, 이재명 정권이 무너진다면 야당이 아니라 정청래 대표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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