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에도 '무더기 이탈표' 후폭풍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3-03-01 11:35:59
친명 '비명계 거취압박’ 예고...李, 尹정부 맹폭으로 돌파구 모색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표결 과정에서 비명계의 무더기 이탈이 확인돼 리더십 위기에 직면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윤석열 정부는 3.1 운동 정신을 망각하고 훼손하고 있다”고 맹폭하며 돌파구 모색에 나선 모양새지만 혼란에 빠진 당 수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미래지향적 한ㆍ일 관계를 만들자는데 반대할 국민은 없지만, 역사적 책임과 합당한 법적 배상 없이 신뢰 구축은 불가능하다. 과거를 바로 세워야 올바로 전진할 수 있다”고 윤 정부의 대일 정책을 비판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 급식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재명을 잡느냐 못 잡느냐 문제보다 물가도 잡고 경제도 개선하고 사람들의 삶도 더 낫게 만드는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며 자신을 향한 수사 정국을 에둘러 비판했다.
반면 지난 27일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대거 이탈표가 나온 것과 관련해 쏟아지는 ‘향후 거취'나 '당내 소통' 등에 대한 질문엔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현재 처한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가까스로 부결된 체포동의안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퇴론'이 고개를 들면서 가시화되고 있는 당내 계파 갈등 상황이 문제다.
당초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던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재석 297명에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으로 부결됐다. 가결까지 단 10표가 부족했지만 결국 5명의 선택에 이 대표의 명운을 갈랐던 셈이다.
여기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과 친명계 의원들이 주도해 찬성표를 던진 의원 색출에 나서자 이에 반발한 비명계 의원들이 이 대표 거취 표명을 압박하면서 민주당은 격랑으로 내몰리는 모습이다.
실제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들이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 명단을 공개하며 "공천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 하면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수박'을 색출해 공천에서 반드시 탈락시켜야 한다'는 성토글이 줄을 잇고 있다.
민주당 청원시스템인 국민응답센터에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인은 "민주당의 선명성이 궁금하다. 체포동의안에 직접적으로 반대하지 않은 의원들이 생각하는 이 대표의 '잘못한 점'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며 해당 청원을 올린 배경을 설명했다.
친명계 의원들도 이탈표를 색출하고 나선 상황이다. 표결 전까지 사실상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것으로 당론을 모았는데, 갑자기 이탈표가 대거 발생한 탓이다.
이 대표 측근들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들을 지원했다.
이 대표 측근인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검사 독재정권의 무도한 범죄만들기는 실패했다. 주권자의 뜻대로 이뤄졌다"면서도 "흘려 쓴 '부'자가, 원래 자신의 필체가 아니라 의도적인 무효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 의원은 제 발로 걸어나가 집을 향하는 게 어떨까"라고 밝혔다.
구속된 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 변론을 맡고 있는 현근택 변호사도 "당 대표 신병에 대한 표결이었다.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무기명 비밀투표 뒤에 숨는 것은 비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비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사태가 이 정도까지 왔는데 친명계는 한 발도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며 향후 설훈 의원 등이 나서 이 대표에게 직접 사퇴를 요구하는 것으로 사태수습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당내 의원 등과의 소통 강화로 위기상황을 극복하겠다며 사퇴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이를 둘러싼 민주당 내홍이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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