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김남국을 끌어안은 민주당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08-23 11:43:35

  주필 고하승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거액의 코인 보유 논란을 일으킨 민주당 출신 김남국 의원의 제명 여부를 결정하려 했지만, 회의 직전 김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민주당 의원들의 요구로 표결은 30일로 미뤄졌다.


계산된 김남국 불출마에 표결 연기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순발력 있는 대응은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유치하게 느껴질 정도다.


오죽하면 민주당 당내에서도 당 지도부가 김 의원을 감싼 결과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특히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김 의원의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은 21대 김남국 코인거래 사건과는 별개 문제"라며 "당 지도부는 온정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불출마 선언이 현재의 문제를 희석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남국 의원은 금배지를 달아선 안 되는 사람이다.


그의 코인 매매 행태는 그가 선량한 투자자가 아니라 사실상 전주(錢主)이자 플레이어였음을 잘 보여준다. 김 의원의 코인 보유가 문제가 된 것은 단순히 신고하지 않은 자산이 많아서가 아니다. 코인 시장을 통해 돈을 버는 과정이 정치인에게 용인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코인 매매로 얻는 이득은 거래 상대방의 손해를 의미한다. 1000명이 100만원씩 모아서 한 명을 10억원 부자를 만들어주는 현대판 계가 코인 투자 대박의 본질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놓고 보면 김 의원이 보유한 코인 가치는 한때 100억원 전후에 달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10억원 이상 투자자는 겨우 900명이다. 거래소에 가입한 627만명 중 0.014%에 불과하다.


그가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된 것은 이런 연유다.


그런데 국회 윤리특위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앞서 윤리특위는 22일 오전 소위원회에서 김 의원 제명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했었다. 국민의힘 의원 3명, 민주당 3명으로 구성된 소위에서 4명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소위를 통과하면 윤리특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국회 안에선 제명안이 가결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김 의원에게 최고 징계 수위인 '의원직 제명'을 권고한 만큼, 표결 결과 역시 제명이 될 것은 불 보듯 빤한 상황이었다. 윤리자문위는 국회의장 직속 기구로 교섭단체가 추천한 위원들로 구성된다.


그런데 소위 시작 40여 분 전, 김 의원이 갑자기 페이스북에서 심의 결과와 관계없이 22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 제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안산 시민을 위해 임기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제명은 하지 말아 달라는 읍소를 한 셈이다.


사실 그의 불출마 선언은 아무 의미 없다.


가상화폐 투기 의혹과 상임위원회 도중 코인거래 논란으로 차기 총선 출마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출마한다고 해도 민주당이 그를 공천하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공천한다고 해도 코인 투기 김남국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된 상태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더구나 그의 지역구는 다음 총선에서 통폐합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의미한 김 의원의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은 단지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특히 징계안 의결 직전에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으로 되레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런데도 민주당 소위 의원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표결 연기를 요구라고 나섰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참작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불출마 선언까지 했는데 제명은 너무한 처사라는 것이다.


참으로 이상하다.


김남국 의원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탈당해 지금은 무소속이다.


그런데 왜 민주당 의원들이 표결을 연기하면서까지 그를 감싸고 도는 것일까.


그것도 아무 의미 없는 불출마 선언을 마치 대단한 결단이라도 한 것처럼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민주당의 이런 선택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장담하거니와 불출마 선언에 따른 김 의원 징계 축소는 민주당이 안고 있는 도덕성 문제를 더욱 불거지게 할 뿐이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폭탄 김남국을 끌어안은 셈이다. 그 대가는 가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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