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건희 때리기는 ‘과유불급’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12-14 11:46:23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가상 양자 가상대결에서 지지율 50%를 돌파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4일 나왔다.
그러나 여론은 항상 ‘출렁’이는 것이어서 이런 결과만 가지고 윤석열 후보의 승리를 장담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여야 모든 대선주자를 대상으로 한 비호감도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40%대로 1위의 불명예를 떠안았다는 점은 ‘역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제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1~12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선거 및 사회현안 18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가상 양자 대결에서 윤석열 51.2%, 이재명 36.1%로 윤 후보가 오차범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 밖으로 크게 앞섰다. 두 후보 간 격차는 무려 15.1%p에 달했다.
지역별로 보면, 윤 후보는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전라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50%가 넘는 지지율을 보였다. 반면 이 후보는 광주·전라(62.8%)에서만 윤 후보(23.3%)에 앞섰을 뿐이다.
비록 지금 당장은 지지율이 낮더라도 후보의 비호감도가 높지 않으면 상황변화에 얼마든지 따라 따라잡을 수도 있다.
그런데 비호감도 조사 역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43.8%로 1위의 불명예를 떠안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34.8%로 집계됐다.
후보가 밀려도 정당 지지율이 뒷받침해주면 그나마 기대해 볼 수 있을 텐데 그것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의힘이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며 민주당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39.9%, 민주당 27.4%로 양당 지지율 격차는 무려 12.5%p에 달했다. 정당 지지율마저 이재명 후보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범여권은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를 겨냥해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아마도 김 씨를 윤 후보의 '약한 고리'로 보고 공세를 집중하는 것 같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최근 SNS에 올린 글에서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 내외를 겨냥해 "'왕(王)'을 손바닥에 새기고 다녔던 후보와 커튼 뒤의 배우자"라며 "마치 옛날 궁궐에서 어린 왕을 내세우고 수렴 뒤에서 어전회의를 지켜보는 노회한 대비마마의 사극이 그려진다"라고 공격한 것은 이런 틈새를 노린 공세다.
하지만 그런 공세가 지나치다 보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손혜원 전 의원과 추미애 전 장관의 공세가 과유불급의 대표적 사례이다.
앞서 손 전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얼굴이 변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니 눈동자가 엄청나게 커져 있다"라며 김 씨의 학창 시절과 최근을 비교한 사진을 게재했다.
추 전 장관도 6일 '쥴리' 의혹을 보도한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줄리에 대한 해명; 줄리 할 시간이 없었다. 근데 '주얼리'에 대하여는?"이라며 "커튼 뒤에 숨어도 주얼리 시절 목격자가 나타났네요!"라고 의혹을 제기했다가 윤석열 후보 측으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공격에 대해 “부끄럽다”라는 말이 나왔다.
하헌기 민주당 청년대변인(선대위 부대변인)은 "도이치모터스, 허위이력 등 공적 검증이 필요한 것도 있으나 김씨에 대해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범여권인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도 "추 전 장관의 반복되는 '쥴리' 언급과 손 전 의원의 성형 의혹 제기는 구태해도 한참 구태했고, 수준이 낮아도 이렇게 낮을 수가 없다"면서 "대선 시기에 고작 한다는 이야기가 고작 여성 배우자의 성적인 과거 이력 의혹 제기와 얼평(얼굴평가)이라니, 민주당 스스로는 부끄럽지 않은가. 남의 당 사람도 부끄러울 지경인데"라고 일침을 날렸다.
이런 모습들이 오히려 민주당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후보 배우자의 사생활도 검증 대상임은 분명하다. 다만 혼인 이전의 사생활까지 무분별하게 들춰내는 건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의 ‘약한 고리’ 찾기가 되레 민주당을 강타하는 역풍이 될지도 모른다.(본문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7.7%이고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