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두번째 재판 출석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3-03-12 11:46:05
첫번째 재판서 혐의 전면 부인...“알지 못했다”를 “기억이 없다”로 말 바꿈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법정에 다시 출석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10시30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2회 공판을 연다. 이달 3일 첫 공판 후 2주 만이다.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정식 공판에는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나와야 한다.
앞서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22일 방송 인터뷰 등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라고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대표가 변호사 시절부터 김 전 처장과 교류한 만큼 그를 몰랐다는 주장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또 2021년 10월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있다. 당시 이 대표는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지난주 열린 첫 재판에서 이 대표 측은 20쪽 분량의 PPT를 준비해왔다. PPT 내용을 얼핏 보면 국어학개론 수업 자료 같기도 했는데 '안다', '모른다'라는 표현의 사전적 정의와 의미에 대한 설명이 장황하게 담겨 있었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 후보였던 시절 방송 인터뷰 등에서 대장동 사업 실무 책임자였던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알지 못한다'며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이 대표 측은 검찰의 논리를 깨기 위해 '알다', '모른다'의 사전적 정의를 들고 나왔다.
'안다', '모른다'는 주관적인 인지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상대적인 개념이고 몇 차례 만났더라도 '알지 못했다'는 표현은 허위사실이 아니라는 논리다.
이 대표측은 "'사람을 안다'는 기준은 상대적이고 평가적인 요소가 있다"며 "한 번만 봤어도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번을 만났어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안다는 말은 사적인 친분이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는 주장을 펼쳤다. '개인적으로 안다'는 말은 단순한 인지의 단계를 넘어서는 표현이고, '얼굴이 기억난다', '대화한 적이 있다'는 표현과 '개인적으로 안다'는 표현은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는 거다.
또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함께 출장을 다녀온 것과 관련해선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해외 출장을 16차례 갔고 한 번에 10여명이 함께 갔다"며 "이 중에서 한 출장에 같이 간 직원을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공식석상과 사적 자리에서 단독으로 만나 대면해 얘기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고, 김 전 처장과 사적으로 접촉한 적은 없다는 건데, 결과적으로 김 전 처장을 만나 보고를 받거나 해외 출장에서 함께 골프를 쳤다해도 방송에서 김 전 처장을 '알지 못한다'고 말한 건 당시 자신의 '인지' 상태를 말한 것일 뿐이라 허위의 '사실'이 될 수 없다는 논리다.
반면 검찰은 1시간이 넘는 시간을 할애해 이 대표에 대한 공소사실을 낭독하고 이 대표의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또 다시 국어사전이 동원됐는데 우선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몰랐다'에서 '기억이 없다'로 주장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게 자신의 기억이란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는 거다. 그러면서 검찰은 국어사전에도 '기억'은 생각해낸단 의미라며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본인 사이에 있던 과거의 행위나 경험을 재구성해낸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검찰은 이 대표 발언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유권자들의 입장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김 전 처장을 알지 못한다'는 발언을 유권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김 전 처장과 기억에 남을 정도로 특별한 행위나 경험이 없었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거다.
검찰은 "이 대표가 무엇을 숨기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차단하면서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인허가권자로서 김 전 처장의 보고를 받았는지, 김 전 처장이 왜 사건 관련 수사를 받다 사망에 이르렀는지 등에 대한 후속 질문을 차단했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이 대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던 당시 상황에서 실무 책임자였던 김 전 처장과의 연관성을 조기에 차단해 비난 여론이 확산되기 위한 것을 막기 위한 '의도가 있는' 발언이었다는 논리다.
한편, 대담 형식의 방송 인터뷰에서 즉흥적으로 한 발언은 '사실의 공표'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 대표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 대표측은 지난 2020년 7월 이 대표를 정치적 위기에서 구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주된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즉흥적으로 답변이 이뤄지는 TV 토론회의 성격을 고려해 과거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비슷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토론회 같이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발언까지도 엄격하게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하면 헌법상 선거운동의 자유 등이 지나치게 제한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반론도 존재한다. 어느 정도 질문의 내용을 사전에 알려주는 인터뷰 특성상 토론회와 동일선상에 놓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논리가 대표적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을 한 번이 아닌 수차례 했고, 토론이 아닌 예정된 인터뷰였다는 점을 파고들어 고의성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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