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오세훈 ‘발목잡기’ 중단하라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11-16 11:46:25

 

주필 고하승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서울시의회에서 진행되는 시정 질문에 참석한다. 시의원들이 시장에게 시정 전반과 각종 사업·정책에 관해 질의하고 답변을 요구하는 자리다.


그런데 첫날부터 전운이 감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인사 운영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된다"라며 유감을 표하고 나선 것.


김 의장은 이날 제303회 제2차 본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마치 정치인 오세훈의 정치 호위무사를 포진시키듯 개방형 직위와 투자출연기관 장을 임명해왔다"라며 "이런 면면에 대해 세간의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태양광·사회주택·청년활력공간에 대한 서울시의 감사 발표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의장은 "3개월 만에 졸속으로 뚝딱, 그것도 한 건이 아니라 대규모 사안을 동시에 3건이나, 공교롭게도 딱 시장 입맛에 맞는 주제들로만,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의가 진행되는 바로 이 시기에 적극적으로 언론에 발표했다"라며 "이미 '답정너'처럼 해치운 이번 감사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로 가득하고, 동시에 의회를 향한 무시가 배어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원순 전임 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에서 엄청난 부패와 비리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집행부를 감시 견제할 시의회가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은 없고, 되레 행정 사무감사를 통해 그런 사실들을 파악하고 바로잡으려는 오세훈 시장을 향해 시의회 의장이 ‘유감’을 표명한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이는 야당 시장에 대해 집권 여당이 압도적 다수인 시의회가 괜한 생트집을 잡는 것일 뿐이다. 현재 민주당은 시의회 전체 110석 중 99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재임 당시 시의회는 그야말로 ‘허수아비’였다.


시의회가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서울시에선 ‘행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부끄러운 일들이 버젓이 자행됐다.


오죽하면 오세훈 시장이 “시민의 혈세로 어렵게 유지되는 서울시의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전락해갔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겠는가.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민간보조금·위탁금으로 지원된 총금액이 무려 1조 원 가까이 되지만 집행 내역을 보면 가관이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선언했고, 공무원노조도 각종 시민단체 위탁사업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오 시장의 방침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이하 서공노)은 최근 "우리는 서울시가 과거 상당한 기간 어마어마한 예산을 쏟아 가며 민간에 넘겨 왔던 그 많은 사업을 재평가해 재공영화할 것을 요구해 왔다"며 "이는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서공노는 "마땅히 공무원이 해야 할 일들을 협치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 무분별하게 민간에 넘기는 것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라면서 "특히 공공성이 중요한 업무들까지 민간이 하게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서울시를 바로 세우는 일은 특정 정당의 역할이 아니라 서울시장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의무다. 그걸 하겠다는데 시의회가 수적 힘을 앞세워 사사건건 트집 잡고 ‘발목잡기’를 한다면, 그건 의회 본연의 역할도 아니고, 1000만 서울시민들을 위한 것도 아니다.


단지 소속 정당을 위한 것으로 결코 시민들의 박수를 받을 수 없다.


16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당 지지율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이 시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데일리안> 의뢰로 여론조사공정㈜>이 12~13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지지정당을 물은 결과 국민의힘이 34.2%, 민주당이 28.3%로 조사됐다. 서울에선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이 조사의 응답률은 5.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게 민심이다. 그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민들이 시의원들에게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물을지도 모른다. 어느 시의원이 어떤 발언으로 바른 행정을 반대하는지 시민들은 기억할 것이다.


그러니 오세훈 시장은 시의회의 ‘발목잡기’로 힘들더라도 1000만 서울시민과 그를 따르는 공무원들을 믿고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중단없이 실천해 나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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