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최고위원제 폐지' 황당하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7-13 11:47:58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최고위원제를 폐지하고 당 대표 중심의 '단일지도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혁신안이라고 발표했다니 황당하다. 정치 초년생이 마치 실습하듯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혁신안을 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앞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지난 11일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한 '단일지도체제' 채택을 요구했다. 최고위를 없애고, 당 대표가 임명하는 당직자들로 중앙당 중심의 '중앙당무회의'를 신설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심하고 답답하고 참담한 구상이 아닐 수 없다.
당원의 최고위원 선출권을 박탈하고 당 대표가 지도부를 마음대로 구성할 수 있도록 반민주적인 ‘제왕적 대표’를 만드는 게 어떻게 혁신일 수 있는가.
이걸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아직 정치를 잘 모르고 정당의 역사를 모르기 때문에 빚어진 촌극으로 치부하고 그냥 웃어넘겨서는 안 된다. 신랄하게 비판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일극 체제를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민주당처럼 일인 독재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과거 총재 체제가 권위주의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각 정당은 일인 독재체제라는 '제왕적 총재’ 제도를 폐지하고, 당원의 권리를 강화해 당원들에게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권을 부여하는 민주적 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당을 혁신한다는 혁신위가 당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박탈하고 당 대표를 ‘제왕적 대표’로 만드는 과거 회귀 방안을 혁신안으로 발표했다니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비판하면서 제왕적 당 대표는 괜찮다는 것인가.
물론 지나친 당 대표 흔들기는 지양해야 하지만, 그걸 우려한 때문이라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지 최고위원의 견제체제를 아예 무너뜨리는 발상을 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지도부가 임명직으로 채워지면 제왕적 당 대표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하고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내부적으로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건 상식이다.
그러면서 “정당민주주의의 진화 과정, 역사를 안다면 고안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도 “최고위원은 선거를 통해 당 지도부에 입성해 전국구 정치인으로 성장할 유일한 기회”라며 “새로운 스타 정치인이 탄생하는 등용문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폐지하겠다는 게 무슨 혁신입니까?”라고 반문하는 것으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필자 역시 이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당의 주인은 누가 뭐래도 당원이다. 당원들이 당 지도부 선출권을 갖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당의 혁신안은 당원들의 권한 박탈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권한은 물론이고 나아가 국회의원 후보와 단체장 및 지방의원 후보 등 모든 선출직 후보를 결정하는 권한까지 당원들에게 돌려주는 게 맞다.
당원들의 주권을 확대한다면서 당원들이 직접 지도부를 선출하는 제도를 폐지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당원들은 당비만 내고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면 그 당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따라서 혁신위가 스스로 최고위원제 폐지안을 철회하든지, 그걸 못하겠다면 비대위가 그 제안을 거부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혁신의 모든 방향은 당 대표 권한 강화가 아니라 당원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진정한 혁신이라면 지방선거와 총선 등 선출직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에서 당원들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 그래야 민주정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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