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책위의장-사무총장 임명 재고하라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10-16 11:52:25

  주필 고하승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대 득표율에 그친 정의당이 진통을 겪고 있다.


정의당 내에서 제3지대와의 연대·연합으로 신당을 창당하려는 '대안신당 당원모임'은 16일 선거 참패 책임을 물어 이정미 지도부의 총사퇴를 촉구했다.


실제로 대안신당은 이날 오전 '이정미 지도부 총사퇴가 전면적 노선 전환의 출발'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비상지도부' 구성을 제시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정의당에 대한 시민들의 마지막 경고라며 양당정치의 벽이 높았던 것이 아니라 관성에 갇힌 정의당의 벽이 더 높았던 결과가 아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도 했다.


이날 김창인 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정미 대표는 임기 내내 정의당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현재 정의당은 대표단 사퇴 하나 결의하지 못할 만큼 '우리만의 리그'에 갇혀있다.

 

선거 목표였던 '제3정당으로서 지위를 확실하게 확인'하기는커녕, 정의당은 유효정당으로서 지위를 완전히 상실했다"라며 당직을 내려놓았다.


제3당인 정의당이 선거패배 후유증으로 이처럼 심각한 진통을 겪는 데 비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참패를 당하고도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이다. 아무 교훈도 얻지 못한 것 같다.


실제로 김기현 대표가 이날 ‘3대혁신 방향’과 ‘6대 실천과제’라는 것을 발표하면서 화려한 ‘말 잔치’를 벌였지만, 정작 주요당직자 임명안을 보면 지금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다.


가장 중요한 직책이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이다.


집권 여당의 정책위의장은 한미와 한일, 한중, 남북 등 외교 문제와 북핵 안보 문제, 국내외 경제와 각종 사회 현안 등 산적한 국내외 관련 정책들을 책임지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윤석열 정부와 코드가 맞아야 한다. 야당의 포퓰리즘 정책에 맞서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 유승민계 유의동 의원이라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유의동 의원은 뼛속까지 유승민 사람이다.


그는 유승민 의원과 함께 박근혜 탄핵에 찬성하고 새누리당을 탈당,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다. 이후 유승민 캠프에서 비서실장으로 활동하다가 경선에서 유승민이 승리하자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유승민 후보 측 수행단장을 맡았다.


이후 그는 민현주 전 의원과 함께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추진 위원회의 바른정당 측 대변인이 되었으며, 통합 후에는 바른미래당의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됐다.


2020년 1월 3일에는 유승민과 함께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그와 함께 새로운보수당 창당에 참여했다. 그런 사람을 집권 여당의 정책 책임자로 임명하다니, 그러면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 인사들을 전진 배치한다더니 사무총장 자리에 ‘영남권’ 인사를 임명한 것은 더욱 황당하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신임 사무총장에 대구·경북(TK) 출신 재선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의원을 임명했다. 이만희 의원에게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공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자리인 사무총장에 영남권 인사를 임명했다는 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 대표도 ‘영남’, 원내대표도 ‘영남’인데 사무총장까지 ‘영남’ 인사라면, 그건 사실상 ‘국민의힘=영남당’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해놓고 수도권에서 표를 달라면 수도권 유권자들이 과연 영남 지역당에 표를 몰아주겠는가.


오죽하면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인 김성호 전 의원이 조수진 최고위원에게 “황당하네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ㅜㅜ”라는 카카오 대화 글을 보냈겠는가.


이건 답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만큼은 반드시 재검토해 주기 바란다.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과반을 얻어야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 서민의 어려운 삶도 나아지지 않겠는가. 집권 여당이 제3 정당인 정의당만큼도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은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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